최 작가는 일상에서 쓰는 잡다한 소모품들을 모아 작품을 만든다. 소재는 주변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버려진 대걸래, 플라스틱 바구니, 낡은 빗자루, 냄비, 밥상, 베게, 빨래판, 바다에 떠다니는 스티로폼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설치 작품이 된다.
80년대 후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 작가는 소비재를 이용한 작업을 통해 90년대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거친 한국사회의 모습을 은유한다.
20년 전 청계천 근처에서 주운 너덜너덜해진 대걸레를 지금껏 보관해오다 작품에 활용했다. 18살 때부터 모은 베게는 탑처럼 쌓여 작품이 됐다.
7천개의 냄비와 식기를 엮어서 만든 <민들레>는 지난 3월부터 공공미술프로젝트인 <모이자 모으자>를 통해서 수집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냄비가 모여 거대한 작품이 됐다. 최 작가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모두의 작품이 됐다.
작품 <꽃, 숲>은 일상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이용해 수직으로 쌓아 올린 146개의 꽃탑이다. 국적도 사연도 각각 다른 재료들을 섞고 모아서 탑을 만들었다. 최 작가는 묵혀둔 물건들을 혼합해 탑을 쌓아올리는 것을 "우주적 비빔밥이나 혹은 잘 익힌 젓갈"이라고 비유했다.
<어린 꽃>이라는 작품은 유아용 플라스틱 왕관들을 모아놓고 7m 높이에서 왕관들이 오르고 떨어지길 반복하는 작품이다. 끝내 오르지 못하는 왕관을 통해 세우러호 침몰로 희생당한 어린 생명을 추모했다. <늙은 꽃>이라는 작품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빨래판을 배열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예술보다는 일상이 소중하다'고 강조하는 최 작가는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보다는 대중들이 각자 마음 속에 예술적 미학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번 최정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기획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일환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