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대치' 세월호 집회 국가손배소, 3년만에 종결

금전 배상 없이 '유감 표명' 조건
차벽 뚫렸던 1주기 광화문 집회
그날, 경찰은 물대포·캡사이신 총동원

지난 2015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 대회'에서 경찰이 참가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2015년 세월호참사 추모집회에서 경찰이 입었던 피해를 주최 측에 배상하라는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법원의 조정으로 3년 만에 마무리됐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황혜민 판사는 2015년 4월 18일 열렸던 참사 1주기 집회와 관련해 국가가 주최 측을 상대로 낸 손배소 심리 중 최근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국가는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을, 그리고 주최 측은 경찰관 피해 등에 대해 유감을 밝히는 조건이었다. 금전 배상은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2주가 지나도록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강제조정안이 효력을 갖게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법리적으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소송의 배경이 된 집회는 1주기 후 첫 주말 집회였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 현판 앞에서 이틀 전부터 연좌농성을 벌였고 경찰은 유가족 주변과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겹겹이 둘러쌌다. (관련 기사 : CBS노컷뉴스 15. 4. 19 '불통(不通)'의 경찰차벽…원천봉쇄 조치가 충돌 키웠나?)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 3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명)은 유가족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에 제지당했다.

광화문 현판 아래에서 노숙 농성중이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찰차벽 위에서 피켓시위 중 경찰들로부터 진압, 연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차벽은 위헌'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경찰 버스에 붙이거나 아예 버스 위에 올라갔다. 또 버스를 거세게 흔들거나 밀어서 차벽 일부 구간을 뚫기도 했다.

경찰은 곧바로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쐈고 유가족 21명을 포함해 모두 100여명을 연행했다. 밤늦도록 계속된 몸싸움으로 유가족과 참가자, 경찰 등 1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규정했다. 그리고는 경찰관 부상과 장비 파손 등에 대한 778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유가족을 포함한 주최 측 시민사회단체에 냈다.

다만 재판부는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혼합살수를 위헌으로 결정한 만큼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도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시위대가 경찰에 피해를 준 점을 거론하면서도,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해 당일 집회가 열렸고 이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근 법원에서 인정된 점을 고려했다.

이번 소송이 매듭지어지면서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제기됐던 다른 대규모 집회에 대한 국가 손배소도 앞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09년쌍용차 파업농성,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2015년 민중총궐기 등 각각의 집회에 관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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