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아파트 주민),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주 금요일이었죠. 서울 가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땅이 무너져앉은 사건. 다행히 주차장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마는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즉시 대피를 할 수밖에 없었고요. 어제까지 사흘째 이재민 신세가 돼 있습니다. 어젯밤에 금천구에서는 지반이 안정화되었다. 이제 귀가를 해도 좋다라고 발표를 했습니다마는 주민들 일부는 여전히 못 들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주민 얘기부터 들어보죠. 지반 침하가 일어난 가산동 아파트의 한 주민 익명으로 연결하겠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아파트 주민> 네, 네.
◇ 김현정> 지금은 어디에 계세요?
◆ 아파트 주민> 밖에 호텔에서 지금 자고 있습니다.
◇ 김현정> 금요일부터 여태까지 계속?
◆ 아파트 주민> 예, 예.
◇ 김현정> 어제 금천구 측에서는 주민 설명회를 열고 지반이 안정화가 됐으니까 다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라고 발표를 했는데도 안 들어가시는 거예요?
◆ 아파트 주민> 안전하다고 들어가라고 해도 주민들이 들어가겠습니까? (사고) 현장을 31일날 보고 나서는 집에 입주를 못 합니다. 저희들은 그것을 못 믿겠어요.
◇ 김현정> 못 믿겠어요?
◆ 아파트 주민> 그 단시일 간에 검사를 해가지고 안전하다는 것을 저희들이 인정을 못 하잖아요. 그런데다가 오늘 150mm 정도 중부 지방에 비가 내린다는데, (사고 현장을) 긴급 복구를 했다는데 만약 토사가 비가 와가지고 유실이 되면 제2차 사고가 날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입주를 해서 들어가서 저희들이 잠을 자겠습니까?
◇ 김현정> 그러면 지금 170여 가구가 나와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가구나 계속 남아계시는 거예요, 안 돌아가고?
◆ 아파트 주민> 안 들어가는 것은 지금 몇 분 어르신들도 불편하고 한데도 안 들어가셨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그 옆에 114동, 115동도 일부 주민들이 나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113동, 그 바로 앞에 113동은 아예 안 들어가신 거고?
◆ 아파트 주민>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그 옆의 동들도 일부 분들은 나와 계시는 거고?
◆ 아파트 주민> 그렇죠.
◇ 김현정> 사건 당시로 돌아가볼게요.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새벽 4시 36분경. 주민들은 대부분 주무시고 계셨던 거죠?
◆ 아파트 주민> 그렇죠. 아니, 30일날 8시 10분부터인가, 8시부터인가 쇠 소리가, 빔 넘어지는 소리 있지 않습니까? 그런 소리가 들리면서 계속 반복적으로 소리가 났었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니까 문제가 발생한 게 금요일 새벽인데 목요일 밤 8시부터 무너지는 소리가 났어요, 뭔가가?
◆ 아파트 주민> 그렇죠. 공사하는 소리. 쿵. 저희들은 공사하는 줄 알았죠, 밤에. 그런데 그게 받침대인 빔이 부러지면서 그것이 하나씩 넘어지는 소리였어요, 그 소리가.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 아파트 주민> 그래가지고 4시쯤에 우당탕하면서 소리가 나고 4시 30분에 그게 완전히 무너진 거죠. 그러고 나서 대피를 했죠, 저희들이 밑으로.
◇ 김현정> 새벽 4시 반경에 길이 30m, 폭으로는 10m 정도 되는 지반 침하가 쿵 일어난 다음에는 아비규환 난리도 아니었겠네요?
◆ 아파트 주민>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이미 열흘 전부터 주민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구청에다가 민원까지 넣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 아파트 주민> 예, 그때 저희들이 20일날 뒤쪽 주차장 쪽, 화단 쪽에 금이 간 것을 보고 관리소장을 불러서 사진을 찍어가지고 21일날 작성을 해서 22일날 공문을 보냈습니다, 등기로. 등기로 보냈는데 환경과로 보낸 것 같아요. 환경과하고 저희들하고 실랑이를 벌였으니까요.
◇ 김현정> 공사 현장 분진 때문에 이미 분쟁이 좀 있었군요?
◆ 아파트 주민> 네. 소음 때문에 3월달부터 계속 그냥 시끄러웠거든요, 터파기 하면서. 자기들 말로는 30일날 건축과에서 받아서 31일날 안전 진단을 하려고 나오려고 했다는 거예요.
◇ 김현정> 사고 난 그날이 나갈 예정인 날이었다?
◆ 아파트 주민> 예.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서울 금천경찰서에서는 부실 시공 여부 또 건축 허가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여부 또 구청의 직무 유기는 없었는지 이런 것들을 내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주민들이 제일 화나는 부분은 어떤 겁니까?
◆ 아파트 주민> 아시다시피 지금 보면은 우리들이 집에 가지를 못하니까. 어르신들 바깥에서 모셨지. 아이들이 학교를 가야 되지 않습니까. 옷이고 뭐고 가져왔겠습니까? 필수품도 안 가지고 나왔고 밥도 밖에서 사먹고. 그런 불편과, 꼬맹이들이 있는 데는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 김현정> 이게 얼떨결에 그냥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이재민이 된 건데. 몇 층짜리 아파트죠, 그 아파트가?
◆ 아파트 주민> 19층, 19층, 22층이에요.
◇ 김현정> 고층에 사시는 분들은 혹시라도 단 1% (사고의) 가능성만 있다고 해도 정말 들어가서 이렇게 사시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네요.
◆ 아파트 주민>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아무쪼록 얼른 안전이 확보돼서 집으로 편히 돌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고요. 오늘 어려운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고맙습니다.
◆ 아파트 주민> 예, 예.
◇ 김현정> 지반 침하로 대피 소동 겪은 가산동 한 아파트의 주민 먼저 연결을 해 봤습니다. 이게 지금 처음 있는 일이 아니죠? 저는 6월에 인터뷰했던 용산이 떠오르는데. 이거 어떻게 봐야 되는 걸까요? 비슷한 상황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요?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 교수님, 나와 계세요?
◆ 이수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금천구청 입장은 그래요. ‘계측을 계속해 본 결과 1mm 이내의 오차에 해당하는 침하만 계측돼서 더 이상 지반 침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입주하십시오. 다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이건데 교수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이수곤> 지금 계측기를 떠나가지고요. 주민은 상당히 불안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지금 여기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금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요. 얼마 전에 용산 건물에 발파하다 그런 것도 그렇고 3년 전에 용산에서 싱크홀에 시민 두 명이 빠지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그렇고 작년에 일산 도로도 그렇고 목포도 그렇고 모양만 다르지 다 똑같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관리가 잘못돼서 그런 붕괴가 발생하는 거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교수님, 잠깐만요. 제가 그렇지 않아도 6월에 용산에 아예 건물이 거기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잖아요. 이번에는 주차장입니다만 그때는 건물이었잖아요? 지금 이번 가산동의 상황하고 상당히 비슷하다. 바로 옆에서 큰 건물 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그다음에 사고 나기 전에 계속 균열 징후가 있었던 것. 이런 게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같은 거예요, 원인이?
◆ 이수곤> 네, 똑같습니다.
◇ 김현정> 똑같아요?
◆ 이수곤> 똑같은데요. 똑같다고 보시면 되는데 부실공사입니다. 어쨌든 간에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러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냐면 이제는 제가 어떻게 될지 알겠는데 이제 전수 조사를 하죠, 시청이나 구청에서는. 전수 조사를 하면서 이번에도 몇 명은 아마 처벌하고 넘어갈 겁니다. 이번에 가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래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남는 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 저희가 우려되는 게 사실은 세월호 같은 거거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김현정> 민원 넣었답니다.
◆ 이수곤> 그 민원을 해결하지 않고 공문이 돌아다니잖아요. 그것도 이해가 되요. 공무원들이 사실은 건축이나 토목을 모릅니다. 균열이 왜 났는지를 가더라도.
◇ 김현정> 돌아다녀봤자 잘 모른다? 아니, 그래도 건축과 소속 공무원이면 좀 지식 있는 거 아니에요, 그쪽으로?
◆ 이수곤> 아닙니다. 토목은 또 그 밑에도 굴착하기 때문에 토목이거든요. 그래서 주민들이 원망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런 경우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게 나라냐.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많이 봤거든요. 과연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서 일하냐. 오해를 받습니다. 공무원은 또 그럴 수밖에 없고. 몇 명 되지도 않고 그걸 하려고 하는데 근본 원인은 뭐가 있냐면 우리가 사실은 5000만 국민이 함께하는 재난의 어떤 국민위원회가 필요합니다, 각 지역 주요 지자체마다. 금천구도 마찬가지고 그 지역에 대학 교수들도 있고 전문가들도 다 설계사들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을 구성해가지고 민원이 생기면 주민들이 가장 불안해하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하소연할 수 있는 언로가 있어서 그것을 빨리빨리 해결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기거든요, 사실은요.
◇ 김현정> 전문가들이 출동했어야 된다. 잠깐만요, 교수님.
◆ 이수곤> 그런 게 지금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산사태나 모든 것도 다 재난은 사실 국민들이 제일 잘 알거든요. 밑에 있는 지질을 느끼니까.
◇ 김현정>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 이수곤> 그런데 그게 언로가 막혀서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 김현정> 언로가 막혀 있다. 그런데 지금 청취자 문자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 게 뭐냐 하면 싱크홀하고 이번 같은 지반 침하하고는 같은 겁니까, 다른 겁니까? 이런 문자가 많이.
◆ 이수곤> 다릅니다.
◇ 김현정> 완전 다른 거죠?
◆ 이수곤> 그런데 싱크홀도 용산에서 2명 빠진 거는 싱크홀도 발생할 수 있고요. 싱크홀이지만 싱크홀은 하수구 같은 건데 용산에서 2명 빠진 것은 그건 또 공사장 바로 옆에 있는 싱크홀 그건 또...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요. 그때도 옹벽이 무너지지 않아서 그렇지 물이 빠져나가면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까 부실한 토목공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잠깐 정리를 하자면 싱크홀은 지하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흘러서 토사가 점점점점 침식되면서 생긴 자연적인 구멍이 싱크홀. 반면에 지반 침하는 말 그대로 어떤 여러 가지 이유로 흙이 깎여서 땅이 꺼지는 것. 이번처럼 푹.
◆ 이수곤> 주변에 토목공사 때문에 거의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유가 없는 게 없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교수님. 이번 사고 보니까요. 이번 가산동 인근 공사장은 지상 30층, 지하 3층짜리 오피스텔 공사였대요. 지하 3층이면 많이 판 것도 아닌데 옆까지 그렇게 영향을 줍니까?
◆ 이수곤> 충분하게 주죠. 그리고 거기에서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이 공사장에 계측기가 없었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게 이해가 안 되거든요. 그리고 문제는 뭐냐 하면 그 지역이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아주 취약한 지역이에요. 그런 지역에서는 원래 설계할 때부터 조사를 촘촘히 했어야 하고요. 그리고 굴착하면서도 뭐가 있냐면 계측기를 흙막이 벽 바깥에 하고 또 흙막이 벽 자체에도 있거든요.
◇ 김현정> 흙막이 벽.
◆ 이수곤> 그리고 또 건물에. 이번에 새로운 건물 있지 않습니까? 지금 아파트, 19층 아파트들 있지 않습니까? 사실은 거기도 계측기 설치해 놨어야 되는 겁니다. 지금 와서 위험하네 마네 따질 것이 아니라 이미 공사하는 사람들은 그걸 다 하게 돼 있어요. ABC가 그거거든요.
◇ 김현정> 그런 게 다 안 돼 있었다?
◆ 이수곤> 아니, 있었겠죠,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저는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게 일반적으로 해야 되는 거거든요. 공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거예요.
◇ 김현정> 있었어도 제대로 보지도 않았을 거다. 이 말씀이세요?
◆ 이수곤> 네, 그거 해석했으면 금방 10일 전에 국민이 민원 냈으면 금방 그것을 해결했으면 이 붕괴까지 안 갑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교수님.
◆ 이수곤> 그게 공사의 ABC거든요. 안 했다는 거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가요. 그게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곱하기 100m 가로, 길이가 150m 큰 대규모 공사하면서. 이건 옹벽 자체에서도 거기도 계측기 설치가 돼 있고요. 바깥에 도로 쪽에도 돼 있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 그러면 이 말씀을 종합해 보면 이런 사고 6월에 한 번 나고 8월에 한 번 나고 또 날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공사가 한두 군데에서 일어나고 있습니까, 지금 큰 공사가?
◆ 이수곤> 이것뿐만 아니라 산사태, 여러 가지 재난이, 공무원이 우리가 다 해 주겠다. 주민들이 그걸 착각하고 있는 거거든요. 공무원들이 다 해 주겠다. 그걸 버리셔야 돼요. 그러니까 공무원은 행정적으로 도와만 주는 거지, 실질적으로는 공무원은 인허가만 하지 공무원은 전문가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공무원들은 도와주고. 그러고 국민들이, 5000만 국민들이 자기 지역의 문제를 하소연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 그게 바로 필요한데 지금 그런 조직이 없습니다. 전수 조사하고. 그리고 몇 명 희생양만 만들고. 그 사람들(시공사 측)도 사실은 (흙막이 추가보강공사에)돈을 투자하고 싶어도 수억, 수십억 들어가니까 주저주저했다고 봐요. 돈을 투자해야 되는데 (건물의 부대공사이다보니 아까운 돈으로 보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 김현정> 교수님, 여기까지 일단 말씀을 듣도록 하고요. 지금 이런 큰 공사가 전국에 수백 군데, 수천 군데에서 일어나고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제대로 흙막이 공사 안 돼서 지반 침하 주변에 영향을 주는 곳이 또 있지는 않을까. 아슬아슬한 곳이 또 있지는 않을까. 이 부분이 저는 걱정됩니다.
◆ 이수곤> 비일비재하다고 봅니다. 시스템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지금.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수곤>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까지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