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신임 대표는 일단 '제왕적 대통령제'와 '다당제' 등을 폐기할 것과 지킬 것의 1순위로 내걸었다. 대통령제의 수정‧보완은 분권형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는 이슈다. 그는 당장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손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이 먹혀들지는 불투명하다. 더 이상 손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잠재력이 제한적이라서 "과연 추진 동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여야가 올해 말, 내년 초까지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하다가, 실현되지 못할 경우 후년 총선 전까진 정계개편으로 이슈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孫 당선, '올드보이' 일축…"나는 골드보이, 정치개혁의 주역"
손 대표는 정 대표가 대선후보로 뛴 직후인 2008년 1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2010년 민주당에서 두 차례 당 대표에 당선된 경력이 있다. 지난해 2월 19 대선 직전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손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현재 야권의 상황이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거듭났던 과거와 비교할 만 하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로 붕괴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현 한국당이 밟고 있다는 얘기다. 손 대표로선 바른미래당 대표를 맡으면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노려봄직한 상황인 셈이다.
그는 '올드보이'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대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찬‧김병준‧정동영 등보다 뭐가 더 낫느냐"는 질문에 "2007년 대선 후보들이 나와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말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새롭게 정치를 하느냐가 골드보이와 올드보이의 차이"라면서 "바른미래당이 정치 개혁의 주역,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 '제왕적 대통령' 비판…"민주‧한국 수구적 두 곰…개헌 나설 것"
손 대표가 구상하는 정치개혁의 핵심은 '제왕적' 비판이 따르는 대통령제와 민주당과 한국당 등 두 거대정당 중심의 양당제를 바꾸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소감의 가장 첫 머리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제도적 협치'를 강조하면서 "무능과 독선의 제왕적 대통령제야말로 촛불혁명 이전의 수구정치체제"라고 비판했다. 거대양당에 대해선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의 입구를 지키는 큰 곰 두 마리가 있다"며 "거수기 민주당과 막말‧시비만 하는 한국당이 의회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거세세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정파의 통합'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역주의 정치체제로 만들어진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 모두의 이해와 요구를 담고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헌의 주체가 되어선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며 "국회가 주도하고 국민이 승인하는 개헌 프로세스를 크고 작은 모든 정파 지도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손 대표로선 '유럽식 합의제'를 강조함에 따라 내각제에 기반을 둔 다당제 혹은 대선 결선투표 도입, 연동형 비례제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개편과 맞물린 사안들이다.
◇ 안철수‧유승민 부재 상황서 당선…'개헌 추진' 내부 동력부터 불확실
하지만 손 대표가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무산된 개헌 등을 다시 추진할 동력이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다. 손 대표가 비록 정당 지지율이 최하위권이나마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쥐었다고는 하나, 당 안팎의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결합이 좀체 되지 않는 당내 상황을 수습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유승민 전 대표와 이혜훈‧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주요 원내인사들은 전대 현장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이른바 '안심(安心‧안철수의 의중)' 논란까지 일어난 끝에 당선됐지만, 2위로 선출된 하태경 최고위원과의 득표율 격차가 5% 포인트 이내였다. 안철수 전 의원이 우회적으로 지원했지만,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손 대표로선 안철수계, 유승민계 등으로 갈라져 내분이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확실한 당내 기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