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구제 길 열렸다…양승태 대법원 과거사 판결 '위헌'

재판거래 의혹 검찰 수사 힘 받을 듯
헌재 "법원 판결 자체는 헌법소원 대상 아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군사정권 시절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가로막아 '2차 피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재 결정에 따라 2차 피해를 당한 이들이 법적으로 구제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또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다.

이들은 2010년 긴급조치 위헌 판결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헌재는 "민주화운동 보상법상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과거사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축소 판결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불법 체포와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해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피해자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뒤, 6개월 이상 지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6개월 이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낼 시효가 소멸됐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 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유죄판결을 하고, 이후에도 조작‧은폐로 진상규명을 저해했다"며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시효가 단순히 소멸됐다고 판단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양승태 대법원의 판단으로 2차 피해를 입게 된 이들이 다시한번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서 구제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정권 간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재판을 거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맺은 '한일협정'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헌재의 이날 결정으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이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에 대한 불법성을 가능한 한 축소시키고 박근혜 정권에서 국가배상액을 크게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심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재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패소 판결에 대한 재판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은 각하했다. 법률 등이 아닌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헌재법 68조 1항은 합헌이라는 이유에서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은 1973년 '박정희 유신헌법' 개정운동을 하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영장없이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2009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백 소장은 이어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양승태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긴급조치가 위헌이지만 유신헌법에 근거한 국가적 행위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만 있을 뿐 국민 개인에게 배상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백 소장 등은 대법원 판결이 헌재 결정을 부정했고, 법원의 재판 자체를 헌법소원 대상으로 다루지 못하게 한 헌재법 68조 1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헌재법 68조 1항이 합헌이기 때문에 백 소장 등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