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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올림픽 참여업체 '부도 위기' 내몰려 (계속)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벌써 반년이 흘렀지만,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가 대금을 주지 않고 버티면서 임시시설물 설치에 참여한 업체 대다수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컨테이너를 제조해 납품하는 H회사를 17년 동안 홀로 꿋꿋하게 키워온 A대표는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A대표는 조직위의 대금 미지급으로 직원들에게 제때 임금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금압박으로 자재 수급에도 차질을 빚는 등 사면초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한 달 반 만에 106동(1동 기준 6평짜리)의 컨테이너를 만들어야 했던 상황이었다"며 "보통 이 정도면 최소 3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급하게 요청을 해 와 결국 참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원래대로라면 공사 발주처인 조직위는 원도급업체 D회사와 계약을 맺고, D회사가 H회사와 같은 하도급업체 50여 곳을 관리하는 구조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던 조직위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전달받은 추가공사 내용을 곧바로 하도급업체인 H회사를 찾아가 지시하고 수시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변경 요청을 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는 설계도면을 반영해야 했던 탓에 H회사는 모든 역량을 올림픽 준비작업에만 매달려야 했다.
A대표는 "이곳에서 지은 컨테이너는 주로 방송사들이 송출하기 위한 곳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방음이나 전선 연결 등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매우 많았다"며 "그런데도 불평하지 않고 영하 25가 되는 혹한기를 견디며 고생했는데 그 대가가 '대금 미지급'이라니 배신감이 몰려온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올림픽 준비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정작 개별적으로 요청받은 컨테이너 제작 납품 시기를 지키지 못해 15~20억 원 정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A대표는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미지급 임금을 기다리다 지친 현장인력 15명이 회사를 떠나 전체인력(40명) 중 3분의 1 이상이 줄었다.
현재 H회사는 조직위로부터 추가 공사대금 10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도급업체 중 H회사는 유일하게 조직위가 위치해 있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임시 지사를 내고 조직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H회사와 같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이다.
H회사처럼 대금을 받지 못한 50여 개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피해자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22일 조직위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0억원에 이르는 대금 지급"을 촉구했다.
추가 공사를 위해 투입된 업체들은 컨테이너를 포함해 미끄럼 방지 매트, 비상계단, 발판 납품 등으로 다양하다.
여기에 원도급업체인 D회사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27억 원까지 합치면 조직위가 올림픽 참여업체들에 줘야 할 금액은 모두 10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본 공사 대금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이미 지급했고, 추가 공사 대금이 발생한 부분은 사실"이라면서도 "새롭게 공사를 한 것도 아니고 추가공사로 발생한 비용이 본 사업비(86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직위는 계약 상대방인 D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만 부담할 뿐"이라며 "D회사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관리·감독할 지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취재과정에서 조직위가 하도급업체에 직접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조직위는 "우리는 하도급업체와 거래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고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