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기상청의 경로 예측이 번번이 빗나간 것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 때문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태풍 솔릭이 제주에서 전남 목포, 태안반도, 서울, 속초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4일에는 전주, 충주, 원산을 지나 다음날 일본 삿포로 서남서쪽 해상에서 소멸할 것이라는 수정된 예측치를 내놨다.
교육당국은 솔릭의 수도권 관통을 기정사실화 한 채 많은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지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예보로 인해 과도한 조치를 하게 된 셈이다.
기상청의 예측 번복과는 달리 민간 업체 윈디닷컴의 예측은 일관적이고 정확했다.
수도권에 영향을 큰 미치지 않을 것임은 물론 목포, 세종, 강릉 부근을 잇는 경로까지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다.
윈디닷컴은 미국과 유럽의 예보를 기반으로 민간인 5명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이에 비해 기상청은 1300여 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물론 이번 솔릭의 경로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와 일본 기상청도 제대로 맞추지 못할 정도로 예측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기상청의 전과 때문인지 이번에도 국민들은 기상청의 오보에 눈감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기상청을 비판하는 글이 20건이 넘게 올라왔다.
시민들은 청원 글을 통해 "이렇게 계속 틀린 예보를 할 것이라면 기상청의 직원을 감축하고 연봉도 삭감하라", "틀려도 너무 틀린다. 세금이 너무 아깝다. 기상청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이 밖에도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길래 제대로 예측을 못 하는 거냐. 조직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 것이냐. 특별감사를 해라" 등의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측이 틀리는 것에 대한 동정여론도 존재한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바다 위 정보의 양은 육지보다 현저히 적고 부정확하다. 그러니 태풍은 본질적으로 일기예보보다 훨씬 더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퍼컴퓨터에 수치 예보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상황에 딱 맞게 이 모델을 만드는데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 모델을 쓴다"면서 "영국은 우리하고 자연환경, 상황이 다라 이걸 고쳐서 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