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오지환·박해민, 인천의 전철은 밟지 말아야

'묵묵히 파이팅' 2018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논란 속에 오지환(왼쪽), 박해민을 백업 내, 외야수로 뽑아 결전에 나서게 됐다. 비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승은 물론 금메달 이후 이들의 태도도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대표팀 소집 때 모습.(사진=삼성)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훈련이 진행된 21일 서울 잠실구장. 대표팀을 지원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은 이날 인터뷰 대상 선수에 대한 취재진의 요청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적잖은 기자들이 내야수 오지환(LG)과 외야수 박해민(삼성)의 인터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둘은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큰 논란에 휩싸인 선수들이다. 상무와 경찰 야구단 지원을 미루고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에 올인한다는 지적을 받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 적잖은 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6월 최종 명단에 이어 이달 교체 명단 발표까지 이들은 살아남았다. 대표팀의 금메달이 유력한 만큼 병역 혜택에 대해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야구 기자들도 차제에 이들이 논란을 털고 자카르타로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KBO에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 불난 데 기름을 들이붓는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KBO도 "당사자들이 고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워낙 민감한 상황이라 본인들도 입을 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무슨 말을 하든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이들을 선발한 선동열 감독도 마찬가지다. 선 감독은 "6월도 그렇고 지금도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선 감독은 선수들이 혹시라도 동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선 감독은 "오지환, 박해민을 따로 불렀다"면서 "안 좋은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신경쓰지 말고 하던 대로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을 잠재우려면 금메달을 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온 힘을 다해 우승에 힘을 보태는 일일 터. 현재로서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교체 명단까지 확정된 상황이다. 둘은 엄밀히 따져 대표팀 주전은 아니나 백업 멤버로서, 또 약체와 경기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야구 대표팀 외야수 박해민이 지난 18일 소집 이후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사진=삼성)
하지만 금메달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있다. 바로 이들의 자세다. 한국 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을 딸 것이다. 우승 확정 이후 오지환, 박해민의 태도가 중요하다.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자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4년 전이 그랬다. 2014년 인천 대회 당시 대표팀도 말들이 많았다. 군 입대 시기가 임박한 선수들을 구단 별로 배려해서 뽑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승을 이뤄냈지만 후폭풍이 컸다. 몇몇 군 미필 선수들은 우승 뒤 눈물을 쏟아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적잖은 팬들에게는 곱지 않게 보였던 모양이다. 여기에 모 선수의 경우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승선했다는 묻지 않았던 사실까지 털어놔 논란을 키웠다. 물론 해당 선수는 그동안의 몸과 마음 고생이 생각나 울컥한 심경에 속내를 밝힌 것이겠지만 이게 화를 키운 모양새가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지환, 박해민도 몸과 마음가짐, 언행까지 주의해야 할 터.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이 중요하지만 성난 팬심을 고려한 조심성도 챙겨야 한다. 만에 하나 우승한 이후 마음이 풀어지고 감정이 격해져 설화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대회 전에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놔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본인은 물론 대표팀 전체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매는 먼저 맞는 게 좋다. 야구 기자단이 이들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기도 하다. 다행히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는 좋다는 자체 진단이다.

3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한국 야구. 그러나 금메달도 좋지만 현재 팬심을 읽어내는 세심한 배려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오지환과 박해민, 본인들이 태극마크에 어울리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고개를 숙이는 진정성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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