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리기' 전선 확장하는 트럼프, 무역협상 앞둔 사전 포석?

'중국, 환율 조작·북한 비핵화 비협조·마약 송출국' 비난, 22일 무역협상서 유리한 고지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사진=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선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틀림없다"라며 환율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가 하면 마약 송출국이라는 비난까지 퍼부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무역 분쟁 때문에 중국이 과거만큼 많이 돕고 있지 않다며 비판에 나섰다.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눈에 띄게 동요하자,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이 전면 공세 전략을 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 김정은 둘러싼 트럼프-시진핑 힘겨루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 파트너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교감과 신뢰 관계를 강조하는데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전쟁 불안을 불러일으켰던 핵 대결을 완화하는데 있어 김 위원장과 '대단한 궁합(chemistry)'을 과시했으며,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언급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만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구체적인 장소나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방북 일정을 잡는데 서두르는 분위기다. 최근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시 주석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다음달 9일 '9·9절'에 맞춰 평양을 방문하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외교부 부국장급 관리가 최근 평양을 방문해 북한 측 관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절실한 시 주석 사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가치는 수직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 비핵화 논의를 둘러싸고 미·중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자칫 협상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단과의 면담에서 "최근 미국에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고 공개하며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 자리에서 "(북한과의) 관계는 아주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중국에 의해 약간 타격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이유도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중국 방문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 트럼프, 환율문제 정면으로 겨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미 무역전쟁 초기부터 미국이 1985년 일본과 맺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강세를 유도했던 것처럼 중국에 대해서도 인위적 위안화 절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위안/달러 기준환율은 21일 기준 6.8360위안으로 지난 4월 2일 기록한 연중 저점보다 8.92% 뛰어오르면서 위안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미국이 환율조작국 카드를 활용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및 남용 문제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문제 ▲중국 측의 부당한 무역 관행 문제 등 여러 가지 무역 이슈들 가운데서도 환율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는 것은 지난 1980년대 체결된 플라자 합의의 파괴력을 되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만성적 무역적자를 개선하려고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절상시켰고 결과적으로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불황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다만 1980년대 당시 일본의 상황과 2018년 중국의 상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과 단순 비교는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수출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일본과 상대적으로 미국의 수출시장 비중이 낮은 중국을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 트럼프 중국 때리기, 4차 무역협상 앞둔 사전포석?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양국간 4차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더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왕셔우원 (王受文) 상무무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는 22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만나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과 6월 세 차례에 걸쳐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하고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중은 이미 각각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주고받았고, 160억 달러 규모의 2차 관세부과도 23일로 예고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협상은 차관급 협상으로 지난 협상 때보다 급이 낮은데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을 위한 탐색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협상가들이 오는 11월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또는 11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협상은 11월로 가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면서 "미중간 추가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로 한 치의 양보없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출구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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