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백씨 사망사건을 지난 1년간 조사한 결과 "백씨 수술에 의료적 동기 이외에도 경찰과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사고 발생 직후인 2015년 11월 14일 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노모 행정관은 서울대병원장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오병희 병원장은 당시 근무가 아니었던 신경외과 전문의 백선하 교수에게 연락했고, 백 교수는 곧바로 등산복 차림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백 교수는 이어 보호자에게 수술을 권유한 뒤 다음 날 새벽까지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 진료 기록에 따르면 이전까지 현장 의료진은 "수술을 해봐야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뒤 퇴원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었다.
청와대 노 행정관은 수술 이후에도 병원장 비서실장과의 통화를 통해 피해자의 상태를 살폈고, 관련 보고는 이병기 비서실장에게까지 자세히 이뤄진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조사위 측은 "피해자가 즉시 사망하는 것은 경찰과 정권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며 "양측이 이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병원과 접촉했고, 백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게 된 건 이런 과정의 결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는 또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민중총궐기 집회에 앞서 '불법 폭력집회에 엄정하게 대응하라'는 등 경비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검찰, 경찰 등 5개 관계부처가 공동담화문을 냈고, 경찰은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차벽을 겹겹이 세우는 등 집회 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조사위 유남영 위원장은 "경찰의 금지통고, 차벽설치, 이동통제, 살수행위 등이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런 계획은 한 마디로 청와대의 경호계획이지 집회 시위 계획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경찰청에 해당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피해자 가족과 협의해 사과할 것, 국가가 제기한 여러 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할 것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