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풍기'서 전자파…팬과 30cm 떨어져 써야"

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 기준치도 안심할 수 없어"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EMDEX2 기기로 측정한 결과 한 휴대용 선풍기에서 전자파 110.7마이크로테슬라(1107mG)가 측정됐다.
시중에 판매 중인 휴대용 손 선풍기 중 10개가 넘는 제품에서 높은 수치의 전자파가 측정됐다는 시민단체 조사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손 선풍기 12개 제품에서 많게는 1000mG를 넘는 전자파가 나오는 것으로 측정됐다"며 "이 수치는 팬에서 멀어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서울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팔고 있는 손 선풍기 12개를 구매해 측정한 결과, 팬에서 1㎝가량 밀착한 거리에선 평균 647mG에 달하는 전자파가 측정됐다.

특히, 11개 제품 중 4개에선 한국전력 등이 밝힌 전자파 노출 기준인 833mG를 아예 초과해 최대 1020mG에 달하는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인증' 수준을 충족시켰다고 해서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이견도 있고, 강도와 개인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WHO와 다수 논문에선 극저주파 3~4mG 정도를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로 본다"며 "일부 성인들에겐 불면과 집중력 저하, 우울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833mG란 수치는 방출 최고치를 기준으로 했을 뿐"이라며 "유럽연합 등에선 다양한 유해 가능성을 고려해 사전(事前)주의적 측면에서 전자파 수치를 제한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원칙이 아직 법에 스며들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사무국장 역시 "한국전력 등의 기준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가 아니라, 다른 기계장치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심이 됐다"며 "보건복지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안전성 문제를 살펴보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센터의 실험에서 이 같은 수치는 손 선풍기에서 멀어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팬과 30㎝가량 떨어질 경우 0.38mG으로 떨어져 자연 수치인 0.3mG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은 "손잡이에서도 전자파가 나오는 만큼, 되도록 자리에 앉아 선풍기를 세워놓고 사용하기를 권하며,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는 멀리 했으면 한다"며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도 해결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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