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잎이 과자처럼 부서져"…되풀이되는 자연재해 농심 '피멍'

폭염 기세 한풀 꺾였다지만, 추석 명절 앞둔 농가는 눈덩이 피해에 시름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바짝 말라버린 인삼잎 (사진=김종현 기자)
"작년에는 수해 올해는 폭염, 그런데 인삼은 폭염 피해 보장대상에서 빠져있답니다. 농사를 그만둬야 할까요?"

충북 증평군은 해마다 인삼 축제를 열고, 돼지에 홍삼 부산물을 먹여 키울 만큼 인삼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 인삼 재배 농민들은 지난해 여름에는 큰 물난리를 겪은 데 이어, 올해는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이 닥쳐 또다시 큰 피해를 보고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증평군 증평읍에서 대를 이어 인삼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김 모(32)씨는 올여름 차광막을 보강하고 차량으로 물을 날라 밭에 대는 등 모진 노력을 폈지만, 사상 유례없는 폭염을 당해낼 수 없었다.

김 씨는 새까맣게 말라 과자처럼 부스러지는 인삼 잎을 손에 쥐고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증평은 지난해 폭우 피해도 봤는데, 올해는 이렇게 폭염 피해를 봤다"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농사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밭에 물을 대기 위한 호스 주변에 까맣게 말라죽은 2년생 인삼잎이 널브러져 있다. (사진=김종현 기자)
특히 김 씨의 인삼밭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된 곳이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보험사 측으로부터 인삼은 폭염 피해에 대한 보장대상 작물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더욱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이번 여름 폭염으로 증평군에서 발생한 밭작물 고사 전체 면적 가운데 인삼밭이 무려 78%를 차지하고 있다.

밭작물뿐 아니라 사과와 복숭아 등 과수 농가들도 열매가 상하는 것을 넘어 나무가 말라죽을 정도의 피해에 속이 함께 타들고 있다.

사과 주산지 충주시에서 25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김 모(55)씨는 "심한 곳은 나무가 말라가고 있다"며 "연세가 70~80 되신 분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반세기 이상 이런 폭염과 가뭄은 처음이라고들 말씀하신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 지역 사과농민들은 올해 사과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폭염 특보 단계가 하향되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열대야가 사라지는 등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올여름 재앙 수준의 폭염과 가뭄에 농작물이 초토화된 농촌지역에서는 농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7일 기준 충북도내에서만 올여름 527.3 ha의 농경지에서 밭작물이 말라 죽고, 과수가 뜨거운 볕에 데고, 갈라지는 등의 폭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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