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농구에서는 "머리가 좋아야 잘한다"는 말이 격언으로 통한다.
공격과 수비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워낙 많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전체가 무너진다. 또 몸과 몸이 부딪히는 스포츠의 특성상 상대의 습관도 파악해야 한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지난 8월초 첫 소집 이후 줄곧 '공부'에 매진했다. 일반적인 농구 공부와는 달랐다. 전술 훈련과 정보 분석은 나중 문제였다. 서로 사용하는 농구 용어부터 맞춰야 했다.
대표팀의 진천선수촌 훈련 도중 누군가 북측 선수를 향해 "코너(corner)로 가"라고 외쳤다. 공격 전술을 무난하게 펼치기 위해 베이스라인의 모퉁이에 선수가 서 있어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북측 선수들은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몸이 반응하지 않는 모습에 "구석으로 가"라는 말로 바꿨더니 그제서야 이해하고 움직였다. 코트에서는 웃음꽃이 피었다.
농구 용어는 대부분 영어다. 농구라는 종목 자체가 미국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측 선수들은 그동안 영어로 된 농구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리바운드를 '판공 잡기', 트레블링을 '걷기 위반', 자유투를 '벌 넣기'로 부른다.
여자농구 단일팀을 구성한 남측 선수 9명과 북측 선수 3명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노력을 해왔다.
여자프로농구(WKBL)의 간판 스타 박혜진(아산 우리은행)은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8대40 대승을 이끈 뒤 "북측 선수들이 밤마다 시험을 쳤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정성심 북측 코치는 매일밤 북측 선수들을 대상으로 농구 용어 시험을 진행했다. 스크린, 컷인 등 농구에서 쓰는 영어 단어와 뜻을 맞히는 시험. 성적이 안 좋으면 혼도 났다. 영어로 된 낯선 농구 용어를 빨리 외우기 위해 이같은 노력을 했다.
남측 선수들도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북측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농구 용어를 헷갈려 하면 반대로 그들이 잘 아는 북측 농구 용어를 써가며 소통을 이어갔다.
박혜진은 "경기를 하다가 흥분하면 서로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우리도 북측 용어를 아는 게 있으니까 서로 얘기하다 보면 크게 어려움이 없다. 지금은 다 적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