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 의원은 한국당에서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개정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임차인들이 열심히 일해서 손님을 늘려놔도 5년 후엔 급격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영업을 장담할 수 없어 개정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현행 제도에서 임차인들은 '시한부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임대료가 4배 가까이(월 1200만원)으로 치솟아 폭력사태로 이어진 '궁중족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현실 탓에 여야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한목소리로 약속했지만, 아직 전망이 밝다고만 할 수 없다.
계약 갱신 요구권을 확대하면 그만큼 건물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한다고 자유한국당이 주장하고 있어서다.
갱신 요구권이 보장되는 기간에는 임대료 상승률이 제한(현행 5%)된다. 이 때는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수 없는 것이다.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임차인들에게 갑질하지 않고, 장기계약을 체결해주는 임대인에게 적든 크든 세제 혜택을 주는 게 어떻겠느냐"며 "기재부 차관, 민주당에 얘기를 전했다"고 밝혔다
함 정책위의장은 "임대인에 대해선 세제혜택을 줘서라도 장기임대를 유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갱신청구권은 10년보다 짧은 6~8년으로 연장해주고, 건물주에게 임대소득세나 보유세 등을 감면해주자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자영업자 평균 수명이 2.4년"이라며 "인테리어 비용 등을 회수할 시간을 감안해도 4년 정도 보장해 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말하는 10년의 기준이 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임차인에게 불리한 제도를 개선하면서 건물주에게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하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 같은 경우는 세입자가 단체를 형성해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데 우리는 권리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더군다나 우리 헌법은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수익형 부동산을 가진 건물주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정도면 자산가라고 할수 있을 텐데 결국 이들의 임대료 수익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헨리조지포험 이태경 사무처장은 "갱신 요구권을 10년으로 늘리는 것은 임차인들이 투자금을 좀더 장기간에 걸쳐 회수할수 있다는 의미로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며 "너무 기울어져 있는 것을 조금 균형잡는 조치인데 임대인을 위해 반대급부는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한국당에서 어떤 세금을 얼마큼 줄여주자는 구체적인 안이 나을게 없다"면서 "내용을 보고 타당성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일본 법(차가차지법)을 벤치마킹한 우리의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 보호 기능이 훨씬 미흡하다. 차가차지법은 건물 철거 등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해 한 곳에서 오래 장사하는 게 어렵지 않다.
또 건물주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적절한 퇴거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 수대에 걸쳐 영업을 하는 '노포'라고 불리는 장수 가게들이 많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