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환자 사고 파는 '인간시장'으로 전락 ② 요양병원 브로커 활동 무대로 전락한 국립대병원 ③ '리베이트' 받고 팔려다니는 요양병원 환자들 ④ 밤과 주말이면 사라지는 요양병원 환자들 ⑤ 오로지 돈… 요양병원 주인은 '사무장'? ⑥ "우리 할머니가 애완견보다 못해?" 요양병원 환자 용품에 곰팡이 ⑦ "한 달 300만원 이상 안쓰면 입원 못해요" 과잉진료 부추기는 요양병원 ⑧ 고령 의사에 장롱 면허 간호사까지…'주먹구구식' 요양병원 평가 (계속) |
하지만 홍씨의 기대는 며칠 안 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실제 병원에 상주하는 의료 인력은 입원 상담 과정에서 병원 측이 밝힌 숫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의사 중에는 70대 이상의 고령 의사도 포함돼 있었고, 간호사 가운데 일부는 오랜 기간 간호 경력이 없는 이른바 '장롱 면허' 소지자였다.
광주에 사는 한모(64)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기 전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하지만 한씨는 자신이 입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요양병원들의 등급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 2015년에 평가한 결과를 마지막으로 최신 자료가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으면서 2016년 이후 생긴 요양병원의 등급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에서만 해마다 10여 개의 요양병원이 새로 생기거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주기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평원은 노인 인구가 늘면서 요양병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요양병원의 의료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0월 이전에 개설된 요양병원을 마지막으로 적정성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있지 않다. 전남 화순의 경우 현재 14개의 요양병원이 있지만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요양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적정성 평가의 주요 평가 대상인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1인당 환자 수와 약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의 재직 일수에 대한 확인이 현장 방문이 아닌 서류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다.
적정성 평가 점검을 위해 심평원 직원들이 현장 심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심사에 앞서 이를 병원 측에 미리 고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요양병원의 의료 행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요양병원 측이 악용할 여지가 큰 부분이다.
특히 의료 인력의 경우 앞서 홍씨 부모가 입원한 병원처럼 70살 이상의 고령의 의사를 고용하거나 장롱 면허를 소지한 간호사를 명단에 올려놓는 경우가 있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평원 광주지원 관계자는 "고령이거나 장롱 면허 소지자라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요양병원 의료인력으로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의료 인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얼마만큼의 의료 실력을 갖췄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적정성 평가와 함께 심평원은 요양병원 질 저하 방지를 위해 의료 인력에 따라 입원료를 차등으로 지급하는 '입원료 차등제'를 실시하고 있다. 입원료 차등제는 의사 인력과 간호 인력으로 구분해 운영된다.
입원료 차등제는 등급 선정에 따른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는 적정성 평가와 달리 요양병원 측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성 평가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입원료 차등제 역시 서류 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 최소 3년에 한 번씩 현장 점검에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요양병원들의 개폐업 실태를 고려할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서류 평가 위주로 입원료 차등제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의료 인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등급을 높이려는 요양병원들이 있다는 게 요양병원 업계의 지적이다. 80대 고령의 의사가 최소한의 환자를 진료하거나 보조 진료만 하는 한의사나 치과의사 역시 똑같은 의사 1명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입원료 차등제 평가 기준 역시 적정성 평가와 마찬가지로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직원의 도움이 없이는 확인이 어렵거나 그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브로커 고용이나 리베이트 지급이 관행이 된 일부 요양병원들은 사실 심평원의 평가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며 "의료법 위반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심평원 현장 점검은 사실 먼 나라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