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 따르면 비금융업체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관련 규정을 담은 법안은 은행법 개정안 2건, 인터넷은행 특례법 제정안 4건이다. 소관 국회 정무위원회는 다음주 중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들 법안을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법안은 인터넷은행의 원활한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로, 법안에 따라 현행 의결권 지분 4%를 최대 50%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KT(K뱅크)나 카카오(카카오뱅크) 등 IT기업체의 인터넷은행 경영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IT기업체가 갖춰야 할 조건이 전제돼 있다. 6건의 법안 중 4건은 지분확대 특례의 조건으로 '자연인 총수가 지배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아니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당국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관리하는 기준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체다.
이대로 입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확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 5월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산 8조5400억원으로, 규제대상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전년(6조7510억원) 대비 26%나 자산이 늘어, 사업규모 확장세가 유지된다면 내년 중 자산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KT(자산 30조7360억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들어있기는 하나, '자연인 총수'가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법안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특례입법과 별개로 2016년 3월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 확정 전력 탓에, 5년 뒤인 2021년 4월에나 지분 확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은행법 시행령 상의 규제에 따른 이 제한이 입법 과정에서 해소될 것인지 여부는 별개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제3의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IT기업체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규정의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KT와 유사한 업종인 SKT와 LGU+는 각각 모회사 SK(자산 189조5310억원), LG(123조1350억원)가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카카오와 유사한 업종의 네이버(7조1440억원)도 규제 대상목록 진입이 임박했다.
'10조원 룰' 문제 해소와 함께 지분상한이 얼마까지 허용될 것이냐도 관건이다. 일부 법안이 50% 상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집권여당 정재호 의원 발의안에서는 훨씬 낮은 34%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25%(상장시 15%)로 상한선을 더 낮춰잡은 법안을 최근에 냈다. 박영선 의원안이 그대로 입법되면 '2020년 상장'을 천명했던 카카오뱅크는 핵심주주인 카카오의 의결권이 15%로 줄어들게 된다.
박영선 의원은 입법취지를 "혁신성장과 규제완화라는 이름 속에 정작 해야 하는 규제완화는 뒤로 하고 공정한 경제를 유지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기본원칙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분 상한 50%미만으로 입법되면, 경영권 장악이 쉽지 않아져 IT기업체가 인터넷은행 지분 확충에 나설 유인을 잃을 수도 있다. 업계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진입규제를 완화해 경쟁·혁신을 촉진하겠다"고 장담했던 금융위원회도 좌절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규제체계는 영업 구역이 전국단위냐 지방이냐, 업무 범위가 예금·대출 외에 외환·보험·신용카드 등 광범위하냐 예금·대출 중심이냐 등을 따져 차등 적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전국단위 광범위 영업체인 시중은행은 최소자본금 1000억원, 동일인 소유지분 10% 이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의결권 4% 이하의 강력 규제를 받는다. 반면 지방은행은 최소자본금 250억원, 동일인·비금융주력자 지분 상한 각각 15%다.
인터넷은행의 영업규모 및 금융계에 끼칠 리스크 수준을 감안해, 시중은행 수준인 현행 규제가 재설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 최신호에서 "인터넷은행 도입 때는 영업구역 제한이 어렵다는 점 등에 따라 시중은행에 해당하는 규제를 적용했으나, 아직까지는 자산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리스크를 고려해 동일인 소유지분 한도규제 등 규제체계의 합리적 관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 업계는 국회 논의가 IT업계 진입장벽 해소로 이끌로 확실한 규제완화로 귀결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의 입법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최종 입법이 어떻든, 시중은행이 하지 못했던 혁신을 계속해나간다는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입법에서 도움이 생긴다면 혁신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