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드루킹과 연루된 의혹을 받은 두 비서관을 비공개 소환하는 배경에 특검팀 수사가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들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고 수사를 종료할 경우 쏟아질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해 마지못해 소환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10일 송 비서관과 백 비서관의 소환에 대해 "소환은 하되 소환시기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 비서관은 지난 3월 28일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를 청와대에서 만나 면담한 인물이다.
앞서 특검팀은 도 변호사를 이번 수사의 핵심인물로 꼽고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리적으로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고 도 변호사가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고 주장한 특검팀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모두 기각했다.
결국 특검팀은 사실상 도 변호사와의 법리싸움에서 판정패 당하면서 수사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송 비서관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인 2016년 6월 드루킹 김동원씨가 운영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 '팅커벨'을 통해 드루킹을 알게 된 뒤, 지난해 2월까지 모두 4차례 만났다.
그는 이후 드루킹에게 당시 국회의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소개해주고, 경공모 측에서 간담회비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받았다.
앞서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이 같은 사실을 지난 4월 20일 민정수석실에 신고했고, 2차례 대면조사를 거쳐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고 지난 5월 밝혔다.
따라서 특검팀은 송 비서관을 소환조사하기 위해 청와대 결정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공개 소환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스모킹 건이 없다'고 자인한 셈이 됐다.
한편 특검을 탄생시킨 자유한국당은 두 비서관의 소환조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송인배 비서관에 대해 드루킹과의 연결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특검팀으로서는 두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고 수사를 종료할 경우 '맹탕 특검', '예산낭비 특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특검팀은 두 비서관의 소환을 결정했지만 소환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비공개 소환으로 봉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소환은 조율하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이야 말로 좌고우면 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자세와 기개"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사법농단을 수사하며 번번이 영장 기각을 당하면서도 현직 판사들을 공개 소환조사하는 현재 검찰의 수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