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에 들어온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스태프의 제보 내용 중 일부다. 스태프 제보 내용이 기사화된 지 3주 동안 별다른 조처를 않던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뒤늦게 주 2회 휴차(촬영 없는 날) 보장 등을 약속했다.
한빛센터는 지난 9일 '아는 와이프'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면담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한빛센터는 △사업장 규모 근로자성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스태프에게 1주 5일, 1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1일 15시간 중 2시간 휴식 보장, 촬영 준비와 정리를 위한 주 3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할 것) 제정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한빛센터 조사 협조 2가지를 요구했다.
이에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아는 와이프'에 대해 주 2회 휴차(촬영 없는 날, 즉 촬영 일자를 주 5일로 하는 것) 보장, 촬영 종료 후 휴식시간 최소 8시간 이상 보장을 약속했다. 두 가지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인원 충원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는 "68시간 노동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실질적인 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 하반기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면서 "신뢰를 갖고 개선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빛센터 측은 스태프의 제보가 공론화된 지 3주가량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점, 이전 '나의 아저씨'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제작 환경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이 드라마 현장 노동시간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연 당일(9일) 입장을 밝힌 점 등을 들어 '뒤늦은 조처'로 평가했다.
한빛센터 탁종열 소장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약속한) 이틀 휴차는 특별한 게 아니다. (다른 드라마들이) 보통 주 5일 촬영하는데, 이쪽은 주 6일도 하고 일주일 내내 하던 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B팀을 어제(9일)서야 투입했다고 한다"며 "저희가 봤을 때는 형식적인, 면피성에 가까운 대책이다. '나의 아저씨' 제보 때 약속했던 개선 방안과 다른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탁 소장은 "('아는 와이프' 스태프 제보) 기사가 7월 중순에 나갔는데 3주 동안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자기들(스튜디오드래곤)도 인정한다. 이제 촬영일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추혜선 의원실 기자회견에서 '아는 와이프'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늑장 조처를) 더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센터는 "CJ ENM이 제작사(스튜디오드래곤)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접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관련 조처를 발표할 때까지 국가인권위원회 긴급 구제 신청, 제작 현장 방문, CJ ENM 대표의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추진 등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드라마 현장의 촬영 일정을 공개했다. 이때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촬영시간을 기록한 16일 중 11일 동안 18시간 이상 촬영했고, 이 중 5일은 20시간을 초과했다. 최소 촬영시간이 12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