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일각 느닷없는 '1948 건국론'…김병준 견제용?

- '친홍' 강효상·'당권주자' 심재철·'反탄핵' 김문수, "國父는 이승만" 한 목소리
- '김병준 체제'에 견제구 분석도
- 심재철 "당이 8.15 건국절 행사 주도하자" 제안했지만, 비대위는 사실상 '거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자료사진.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8.15 광복절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일부 인사들이 '건국절 논쟁'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김병준 비상당권 체제'에 비판적인 인사들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혁신 흐름에 대한 반발의 몸부림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건국절 행사 개최 여부를 두고 지도부와 이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갈등의 향방이 주목된다.

국회 의원회관에선 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치켜세우는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건국 시기로 보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기반한 행사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의 재조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국부(國父) 이승만 대통령의 투철한 애국심과 숭고한 건국 정신이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평가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오후엔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세미나'라는 또 다른 세미나도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나라를 아이에 비유하자면 1919년에 임신은 됐을지 모르지만, 아이가 태어난 생일은 1948년 8월15일"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행사를 이끈 김문수 전 지사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내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규정한 데 대한 반감이다. 이 자리엔 일본의 식민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화·근대화에 기여했다는 논리인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한 이영훈 교수(이승만학당 교장)도 발제자로 참석했다.

현행 헌법은 우리나라의 출발점을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헌법 전문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다. 1948년 7월 공포된 제헌헌법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적혀있다.

한국당 일각에서 '1948년 건국'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에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한 내부 견제심리가 존재한다는 관측도 있다.

행사주관자들의 면면을 보면, 강효상 의원은 비대위가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홍준표 체제'의 핵심 인사였다. 심재철 의원은 당권주자로서 '비상당권 체제로의 전환'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김문수 전 지사도 '반(反) 박근혜 탄핵'을 외친 데 이어 최근엔 김병준 위원장의 행보를 공개 비판했던 인사다. 모두 현 체제와는 불편한 구도에 놓인 인물들인 셈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는 한편, 박정희식(式) 경제성장 모델을 '국가주의'로 표현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자 이들은 그 반작용으로 강경 보수세력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당 주도로 건국절 행사를 열자'는 취지의 주장이 비대위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내부 갈등 기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심 의원은 최근 김 위원장과 만나 이번 행사를 당이 주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세미나 주최·주관자 명단에 당 이름은 적시되지 않았다.

심 의원은 "정부와 한국당이 나섰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제가 나섰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정책 경쟁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1948년 건국 주장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쪽에 가깝다. 그는 지난 6월 한 언론 칼럼을 통해 "한국당은 집권당 시절 국민의 역사관까지 국가권력으로 통제하려 했다"며 "1948년 건국 등이 옳다고 믿으면 이를 논리로 다툴 일이지, 국정교과서로 이를 강제할 일이더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강효상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 자료집에 '축사'는 실었다. 김 위원장은 "사상적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은 폄훼되고 왜곡돼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는 키워지고 공은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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