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한전…"3천억 원 어디서 받나?"

한전, 전기요금 인하 대책으로 3천억 원 손실 예상
보전 대책 없고,시총도 1조 5천억 증발
남동발전의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 등으로 '사면초가'

전남 나주 한전 본사
"냉가슴 앓는 언어장애인이 꿀먹은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른 후폭풍 등으로 몸살을 앓는 한국전력의 요즘 상황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7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며 7월과 8월 요금에 대해 3단계 누진구간 중 1, 2단계를 각각 100kw씩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한 기구당 1~2만원 정도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소 1/3 이상의 요금 인하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부와 한전을 성토하고 있다.

심지어 전기요금 대책에 실망한 국민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후폭풍이 예상 보다 크지만 정작 말도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는 기관이 있으니 다름 아닌 '한전'.

전기요금 대책은 산자부가 발표하며 생색을 냈지만, 정작 전기와 돈을 대야 하는 한전의 입장이나 생각은 대책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

대신에 정부 발표 직후 전화통에 불이 난 곳이 한전이었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전 본사 홍보실에는 직원 4~5명이 일반전화와 휴대전화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문의에 대답을 하느라 입이 마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작 한전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정부가 선심 쓰듯이 내놓은 한시적 요금 인하를 뒷받침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3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의 보전 방안이다.

정부는 한전이 손실 부분을 먼저 부담하면 추후에 정부가 에너지특별기금을 지급하거나 국회에서 폭염을 재난으로 인정하는 법을 통과해주면 그때 가서 한전에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 1천294억 원, 올 1분기에 1천276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한전 입장에서는 2분기 적자를 더한 만큼의 영업 적자를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지만 정부에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오롯이 한전 자체의 '부담'으로 견뎌야 할 전망이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식시장에서 한전주는 하락을 면치 못했고, 불과 나흘여 만에 시총이 1조 5천억 원이나 사라져 버렸다.


지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8조 원을 한국수자원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부담하도록 했지만, 당시 정부는 투자원금 보장을 요구하는 수공으로 하여금 4조 원을 손실처리하도록 했다.

정부에 등을 떠밀려 사업을 추진했던 수자원공사는 빚더미에 올랐고, 이 때 진 빚 때문에 국민들은 4.8%의 수도요금 인상을 감당해야 했다.

이번 한전의 전기요금 누진제 사안도 이전 정부의 수공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한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 완화는 일단 7월과 8월에 한정됐지만, 가정용 전력에 한정한 누진제 적용의 부당성이 힘을 얻고 있어 장기적으로, 최소한 수년 안에 제도 변화가 유력해 보인다.

한전은 당장 올해 발생한 3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에다 앞으로 있을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한전의 가슴앓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이 지난해 10월 석탄을 수입하면서 북한산을 러시아산으로 세탁해 수입한 혐의에 대해 국내 언론은 물론 북한 제재에 나서고 있는 미국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정부는 이 부분에 '모르쇠'라 할 만큼 소극적이다.

한전 스스로가 해명하고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취임한 김종갑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발등에 떨어진 3천억 원의 손실과 앞으로 있을 누진제 개선에 따른 예상 손실 완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주가 회복, 여기에 남동발전 스캔들까지 어느 하나 쉽고 가벼운 것이 없다.

정부 고위 관료와 대기업 사장 등을 거쳐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 사장에 오른 김종갑 사장, 이른바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인 김 사장이 '사이다' 같은 해법을 내놓을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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