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한의 신앙 양심에 따라 행동할 자유조차 없는 곳”
얼마 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채플실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가 학교의 징계를 받은 장신대 오모 전도사는 결국 자퇴서를 제출했다.
오 전도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징계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올렸다. 설마 징계를 내릴까 생각했던 그는 더 이상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으로서 아는 만큼 행동을 추구하고, 행동하는 만큼 앎을 추구하고 싶었지만 교단과 총회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져져 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면서, "지금의 장신대는 학문을 추구하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학생 자신이 최소한의 신앙양심에 따라 행동할 자유조차 누릴 수 없는 곳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5월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저마다 의도를 가지고 이 이슈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세습 건으로 학교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교회가 이 사건을 크게 만들어 학교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마다 총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신학교 통폐합 문제의 당사자들 역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교단의 교리가 신학적 주장을 억압하는 도구가 돼선 안 돼”
하모 전도사는 오 전도사보다 두 달 앞선 지난 5월 31일 다니던 호남신학대학교 신대원에 자퇴서를 냈다.
하 전도사는 “신학을 양심껏 공부하려는 개인의 의지와 신앙생활을 제대로 해보려는 작은 시도와 표현”이라며 자신의 자퇴의 변을 써내려갔다.
그는 “성소수자 지지자/옹호자를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교단의 결의와 그 결의를 따라 학칙을 수정하겠다는 신학대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 전도사는 “하나님에 관한 학문인 신학의 장소는 인간이 만든 교리를 초월하는 영역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장통합총회는 교단의 교리를 신학생들의 존재와 사상을 판단하고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학적 의사표시가 교단의 교리를 넘어서는 것이라면 평화적이고 합리적 대화의 장에서 심층있게 논의돼야지 교단의 교리가 신학적 주장을 하는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 전도사는 자신의 신학공부에 대해 “교단의 교리에 복종하기 위해 신학을 하는 게 아니라, 교단의 교리를 조금이나마 하나님의 뜻에 가깝게 수정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면서, “사람을 혐오하게 하고 차별, 배제하는 방법을 배우고 인정하게 하는 것은 참된 배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동성애 광풍 지나가길“ 교단 눈치 속 입 다문 신학교
지난 해 예장통합정기총회에서 동성애자, 동성애 지지자/옹호자를 학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결의가 통과된 이후, 교단 산한 7개 신학교들은 이를 학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표면적 결과는 교단 결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호신대는 신학교 처음으로 학칙에 동성애자 입학금지 조항을 넣었고, 장신대는 동성애를 근거로 한 학생징계 조항과 교직원의 채용금지 시행세칙을 만들었다. 무지개깃발을 들었던 신대원생 징계 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장신대 학내 사정을 아는 한 목회자는 “교단 직영 신학교는 교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성애 문제를 이데올로기(이념) 문제로 끌어들이고 토론이 전혀 되지 않는 통합총회의 지금 분위기 속에서는 어느 교수든 나섰다가는 집중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이 광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그저 속앓이를 할 뿐 직접적인 말을 아끼는 가운데, 대전신학대 허호익 교수는 동성애와 관련한 자신의 논문을 꺼내 들면서 “장신대 교수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2010년 장신논단 38집에 수록됐던 논문 ‘동성애에 관한 핵심쟁점-범죄인가, 질병인가, 소수의 성지향인가?’에서 “이성애도 범죄적인 것과 병적인 것이 경우가 있듯이 동성애 역시 경우에 따라 범죄형 동성애와 질병 또는 장애형 동성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님 편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어느 정도 죄인이고, 어느 정도 환자이고, 어느 정도로는 비정상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성애도 동성애 보다 죄질이 나쁘고 더욱 병적인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동성애에 대한 배타적 무지와 편견과 차별과 혐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추세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