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대법원…국정농단 이후엔 '朴 하야'와 특검법 분석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하야 가능성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하는 등 발빠르게 정국 현안을 예상하거나 분석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에 소위 '코드'를 맞춰왔지만, 자칫 정권이 바뀔 경우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하기 때문에 소용돌이 치는 정국에도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보인다.

'재판 거래 의혹'에서도 확인됐듯이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을 도입을 위해서 각계 각층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특히 사실상 상고법원의 가부를 쥐고 있던 청와대의 경우,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31일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한 410개 문서파일 중 공개되지 않았던 나머지 196개 파일을 사법부 전산망에 공개했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 25일 조사결과 발표 당시, 410개 파일의 제목은 공개했지만 그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98개 파일의 원문을 1차로 공개했지만, 나머지 228개 파일은 재판·법관의 독립 침해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거리가 있다며 내놓지 않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문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 23일 임시회의를 열고 미공개 파일 228개의 원문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하자 뒤늦게 전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공개된 파일에 따르면 청와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대법원은 2016년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과 특검법 통과 이후 상황 등을 주시했다.

'(161107)하야가능성 검토' 문건에는 2016년 11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고립무원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5%여서 과거 YS 지지율 6%보다 질적으로 훨씬 위험하다는 이유로 하야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다.

반면, 하야 후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공학적 부담 등을 들어 하야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 대통령의 성향 상 떠밀리듯이 하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대통령은 국정주도권을 놓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며 "여론 변화 추이에 따라 대통령 하야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목록과는 달리 작성일이 '2018. 7. 31'로 적혀있어 법원행정처가 원문에 추가로 손을 댄 흔적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BH'(청와대)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161122)특검법 통과 이후 검토' 문건은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범이 청와대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한 내용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특검법은 재판 기간과 관련해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2·3심은 앞선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재판기간 미준수 논리'로 7개월안에 재판을 끝내야한다는 규정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특검 기소사건 외 병합사건의 경우 심리기간이 추가로 필요해 특검법상 재판기간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석방'을 우려한 듯 최근 입장문을 내고 "2016년 12월 1일 업무를 시작해 국정농단 사건들을 기소한 지 1년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대 학사비리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이 아직 항소심 또는 상고심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 장기화로 다수의 주요 구속 피고인이 재판이 종료되기도 전에 구속 기간 만료로 속속 석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희망했던 국민의 염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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