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강제 수출' 무엇이 달랐기에…

대중문화 정책포럼 주제로 오른 BTS
"지역성·비주류·혼종 대중문화 승리"
"'방탄밤' 흔드는 아이돌 팬덤 세계화"
"예상치 않은 인기 아니라 지속 성장"
용인된 일탈…BTS는 비틀즈가 될까?
팬클럽 아미 "실력 언급 적어 아쉽다"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트위터 팔로워만 1557만명, 유튜브 구독자 960만명, 공식 팬카페 가입자 101만명….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규모를 짐작케 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들이다.

한류와 케이팝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대중문화 연구자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정책 포럼 '한류문화산업과 케이팝: 방탄소년단 사례를 중심으로' 역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사단법인 좋은나라 연구원·한림대 글로벌에듀케이터연구소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첫 번째 주제발표 'BTS 성공의 의미'를 통해 "BTS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지역성·비주류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창작하는 아이돌' '자발적으로 소통하는 아이돌' '진화하는 아이돌' 같은 아이돌 연예노동의 변화와 사회참여 등 새로운 아이돌 문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세계 대중문화에 있어서도 BTS는 팬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중문화 생산·전파·소비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동아시아성이라는 인종적 의미(지역성)는 물론 한국어 대중문화의 세계 전파(비주류성), 힙합과 아이돌의 결합이라는 모순(혼종성)으로 새로운 대중문화 연구 문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의 BTS수용'이라는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미국 텍사스 A&M 국제대학교 김주옥 교수는 "BTS는 싸이와 같은 예상치 않은 인기가 아니라, 미국 차트에서 천천히 성장해 왔고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컬래버레이션으로 영어 버전을 내놓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어 기반 음악을 계속함으로써, 미국 시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음악적 기반을 유지하면서 국제적인 음악 파워를 유지하는 전략도 효과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케이팝은 하나의 장르로서 충분한 인지도와 팬층을 구축한 상태이므로 BTS의 지속가능한 성공이나 차세대 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은 언어가 아니라 메시지 문제, 인종·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전략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해외 특정 시장 공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적 수준의 문화적·인종적 다양성과 감수성에 대한 고민·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이규탁 교수는 세 번째 주제발표 'BTS의 성공을 통해 본 음악산업의 이슈들'에서 "BTS는 미주·유럽 등지에서 먼저 주목받음으로써 케이팝 시장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며 "음악산업 디지털화로 인한 취향 다변화라는 틈새시장, 팬덤과의 상호 교류를 통한 끈끈한 결합 등 아이돌 팬덤의 세계화도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이돌 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가 늘면서 '아이돌 이미지 유지'와 '음악 창작 자율성 확보' 면에서 대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는 기획사가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의 창작과 일탈로 연결되면서 'BTS는 비틀즈가 될 수 있는가' '케이팝의 음악적 지평이 더 넓어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 BTS는 왜 미국에서 뜬 뒤 '은둔 전략'을 고수할까

지난 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4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팬미팅이 열리고 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성공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철저하게 드러나지 않는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팬덤 사이 세력 대결, 대형 기획사들의 집중 견제 등의 발동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이 창작 활성화와 대중음악 시장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기획사가 거둔 국가적 영광을 대중음악 업계에서 대범하게 축복해주지 못하는 편협성과 과도한 견제는 부정적인 대목이다. 기쁨을 함께 나누는 동업자 정신과 우정이 긴요한 대목이다."

주제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김정섭 교수가 던진 지적이다.

그는 "BTS라는 케이팝의 독보적인 성공 사례가 나온 이상 정부화 문화계는 저마다의 재능을 자유롭게 성장시키며 꿈을 실현할 창작자·아티스트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며 "이 분야에 꿈과 재능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종일 공부만 가르치는 학교'가 아닌 '특별한 예술적 재능이나 끼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많이 만들어 관련 분야의 예술적 기본기와 감수성을 다지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YG엔터테인먼트 정치영 공연사업본부장은 "단기적 프로젝트에 그치는 국가 지원 사업 형태와 부족한 산업 인프라는 '케이팝의 성지에 케이팝이 없다'는 한계를 낳고 있다"며 "단적인 예로 세계 10대 도시 가운데 아레나(arenar·1만~2만석 규모 실내 원형 공연장)가 없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음악산업의 캐시카우(cash cow·확실한 돈벌이가 되는 수익창출원)인 공연 산업에서조차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투자 수준은 음악 산업에 대한 국가적 시선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사례"라며 "이는 문화적·산업적으로 크게 성장해 나가는 음악·공연 산업에 국가 정책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태로, 언론 홍보 등에 성공 사례는 적극 활용하지만, 장기적 관점의 인프라 투자는 미진하다"고 부연했다.

책 'THIS IS 방탄DNA: 방탄소년단 콘텐츠와 소셜파워의 비밀'을 쓴 김성철 작가는 "방탄소년단은 미국 시장을 타깃팅하고 전략적으로 공략하려 한 원더걸스와 달리, 강력한 현지 니즈에 따라 '강제 수출' 된 케이스"라며 "현지 에이전시나 프로모션 활동에 앞서 소셜미디어로 방탄소년단을 접한 팬덤이 광범위하게 형성됐고, 이에 주목한 미국 매스미디어와 엔터 비즈니스 업계가 방탄소년단을 끌어갔다"고 분석했다.

김 작가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의 글로벌 진출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한 포인트는 한국 특유의 아이돌 팬문화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친 2017년 AMAS(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나 2018년 빌보드 시상식에서 미국 현지 팬들이 한국 팬들처럼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하고, 응원 구호를 따라하고, 팬클럽 공식 응원도구 '방탄밤'을 흔드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회원으로 활동 중인 캐논코리아 손숙희 마케팅부장은 "BTS 성공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인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언급이 적어 아쉽다"며 "BTS 성공의 이유는 무엇보다도 가수로서, 아이돌로서 완성도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 즉 '실력'이 뒷받침 됐기에 현재 자리에 오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BTS의 현재 인기를 보면, 미국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전역에서 팬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어린 학생부터 연령대 높은 성인 남녀, 지식인층까지 폭넓은 팬을 확보함으로써 팬덤 활동에 있어서 보다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며 "사실 남미 대륙의 BTS 인기는 이보다 훨씬 더 크지만, 미국 시장을 주류로 보고 있어서인지 남미 인기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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