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소설은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9세기 말 충청도 내포지방(예산·덕산·보령)을 배경으로 미천한 계급의 인물들을 통해 조선 말기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언어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바둑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석규와 석규 집안의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명화적(明火賊)이 되는 천하장사 천만동, 선승 백산노장과 불교비밀결사체를 이끄는 철산화상, 동학접주 서장옥, 그의 복심 큰개, 김옥균의 정인 일패기생 일매홍 등이 주인공이다.
정치사 등을 다루는 기존 역사소설과는 달리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언어를 충실하게 복원해낸 풍속사, 문화사로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김 작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충청도의 사투리와 풍속을 사실적으로 풀었다.
김 작가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전부 다 역사적 실체와 근거가 있었다"며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서 들었으니 고조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증조할아버지가 갑오년에 마지막 과거를 치렀는데 그때 갑오왜란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국수'는 이름 때문에 자칫 바둑소설로 오해할 수 있지만 여러 장르의 장인을 아우르는 다층적인 의미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국수'는 손 수(手)자가 말하듯이 재주가 뛰어난 자에게 바치는 민중의 꽃다발"이라며 "의술이 뛰어나도 국수, 그림을 잘 그려도 국수, 싸움을 잘 해도 국수이다. 바둑을 중요한 모티브로 끌고 가는 게 있지만, 각계각층의 이야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당대의 풍속과 언어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본문에 뜻풀이를 달고 독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국수사전'(國手事典)도 별권으로 만들었다.
김 작가는 1970년대 후반 구도에 목말라 방황하는 한 젊은 사문의 의식과 행적을 그린 화제작 '만다라'(1978) 출간 이후 장편소설 '풍적', '집', '길', '꿈'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