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와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대한육견협회의 맞불 집회가 거의 동시에 열렸다.
한 달 전쯤에는 "개와 고양이 식용을 종식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참여자 수가 20만명을 훌쩍 넘겨 답변요건을 충족했다.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은 개고기가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찬성론자들은 역사가 오랜 전통 보양식이라고 반박한다.
우선 영양학적 잣대로 보면 개고기와 다른 육류 간 큰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2016년 발간한 국가표준 식품성분표(제9개정판)를 보면 개고기(이하 모두 생고기) 100g당 단백질은 19.0g, 지질(지방)은 20.2g, 탄수화물은 0.1g이었다. 열량은 256㎉에 달했다.
닭고기와 돼기고기는 부위별로 영양 성분이 조금씩 달랐으나 대체로 개고기보다 단백질은 많고, 지방은 적은 편이었다.
닭 살코기의 경우 100g당 단백질이 27.8g으로 개고기보다 훨씬 많았고, 지방은 2.6g으로 약 10%에 불과했다. 열량은 106㎉였다.
닭 가슴살은 단백질 22.97g, 지방 0.97g, 열량 98㎉ 수준이었고, 닭 다리는 단백질 19.41g, 지방 7.67g, 열량 144㎉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등심도 단백질이 24.03g으로 개고기를 웃돌았고, 지방은 3.6g으로 7분의 1 수준이었다. 열량도 개고기의 절반(125㎉) 정도였다. 돼지고기 안심도 개고기보다 단백질(22.21g)이 많고, 지방(3.15g)은 훨씬 적었다.
적어도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견줘 개고기가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서의 비교우위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삼겹살은 개고기보다 단백질이 적고 지방은 많았으며, 소고기도 이와 비슷했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보신용으로 알려진 음식들이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 더운 농사철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데 소를 잡을 수 없으니 닭이나 개를 먹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식품영양학계에서는 특별히 보신용 음식을 정의하지 않으며, 여러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개고기 박사'로 알려진 안용근 전 충청대 식품영양학부 교수도 "단백질, 지방 등 영양학적 기준으로 삼으면 (개고기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면서 "동의보감을 보면 개고기는 소화흡수력이 좋아 건강이 허약한 사람에게 유익하고, 칼에 찔렸을 때 새살을 돋게 하는데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들이 수술을 마친 환자에게 개고기를 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개고기를 섭취했다'는 주장은 역사 문헌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중종실록을 보면 당시 권세를 누린 김안로가 개고기를 무척 좋아했으며, 이팽수라는 인물이 김안로에게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요직에 올랐다는 내용이 나온다.
효종실록에도 "강원 감사 유석이 국상을 당한 때 방자하게 공석에서 고기를 먹고, 심지어 가장(家獐)을 마련해 먹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가장은 개고기를 뜻한다.
조선 시대 선조 때 집필을 시작해 광해군 때 발간한 '동의보감'과 헌종 때 쓰인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도 개고기의 효능이 기술돼 있다.
올해 한국조리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식용견 문화의 변화와 진화론적 고찰(심순철·최현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개고기 식용문화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논문의 두 저자는 "불교 영향으로 개고기 식용을 기피했을 고려 시대를 거치며 조선 시대에는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양론이 요즘과 비슷했다"면서 "조선 시대에도 개를 애완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