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결재→인쇄→보관' 시험지 유출 어디서 뚫렸나?

광주 고3 기말시험 전과목 유출
일회성 유출? "중간고사부터 됐다"
학부모-행정실장 말맞추기 우려돼
학교 시험관리 '구멍'...보완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영인(전교조 광주지부 사무처장)


최근 부산의 한 특목고에서 학생들이 시험지를 훔치고 나중에 성적 조작까지 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그런데 광주에서도 시험지를 유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3학년 시험지가 유출된 거였는데 처음에는 기말고사 5과목의 시험지가 유출된 걸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니 9과목 전부가 유출됐고요. 게다가 중간고사까지 유출됐었다고 밤사이에 추가 확인이 됐네요. 이 광주의 경우가 더 놀라운 건 학생들이 유출한 게 아니라 행정실 직원. 학교의 교직원이 유출을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인 겁니다. 도대체 각 학교의 시험지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자세한 얘기를 좀 들어봐야겠습니다. 전교조 광주지부의 사무처장이세요. 장영인 선생님 연결을 해 보죠. 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장영인>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광주고등학교의 이 시험지 유출 사건. 어떻게 된 겁니까?

◆ 장영인> 저희들도 이 소식을 듣고 상당히 놀랐는데요. 언론 보도하고 그다음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그 학교 행정실장이 학부모 부탁을 받고 빼돌렸다. 그런데 그 학부모가 학교 운영위원장이다. 이렇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사실은 수능이라면 출제자들을 따로 관리하면서 외부와 차단시키고 시험지도 경비를 서가면서 철저히 보관을 하잖아요. 그런데 개별 학교에서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출제를 하고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하는지. 그러고 보니까 우리가 통 몰라요. 어떻게 관리, 출제 메커니즘이 이루어지는 겁니까?

◆ 장영인> 학교 같은 경우는 각 학년마다 학년부도 있지만 행정부서로 교무부, 학생부, 연구부 이런 게 있거든요. 시험 같은 경우 연구부에서 관할을 합니다. 연구부 내 학년별로 평가계라는 것이 있어요. 평가계를 맡고 계시는 분들한테 내가 과학 과목 시험을 출제하면 그것을 평가계에 내는 거예요. 그러면 평가계가 시험 과목 전체를 취합해서 그것을 부장 결재, 교감, 교장 결재를 받은 후 행정실에서 인쇄하는 분이 인쇄를 합니다. 인쇄할 때 해당 과목 교사들이 그것을 인쇄하는 것을 현장에서 보고 거기서 바로 시험지를 봉투에 넣고 밀봉을 해서 그것을 바로 다시 평가계 선생님한테 갖다 줍니다. 그럼 평가계 선생님은 교무실의 캐비닛에 시험지별로, 날짜별로 해서 보관했다가 이걸 시험 때 열어서 아이들한테 나눠줘서 시험을 실시하죠.

◇ 김현정> 그러니까 평가계라는 보직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거고 출제하는 선생님들, 각 과목의 선생님들은 그 평가계에다가 제출을 하고 평가계는 연구부장의 도장을 받아서 인쇄실에서 행정 선생님이 찍는 방식. 그러면 이번 이 학교 같은 경우에는 어디서 샌 거예요?

◆ 장영인> 교육청에서는 시험 관리 규정을 항상 강조를 하고 매뉴얼을 줍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그 매뉴얼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평가계 선생님이 행정실에 인쇄를 하려고 맡겼을 때는 거기 직접 입회해서, 맡기는 순간부터 시험지가 인쇄돼서 마지막 나올 때까지 누군가는 입회를 하는게 맞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행정실 직원한테 주고 나온 것도 문제였고요. 행정실 직원은 거기서 그 많은 양을 한 번에 다 인쇄를 못 하다 보니까 인쇄하고 나서 문을 잠그고 나왔겠지만 그 이후에 마스터키가 있는 행정실장이 그 문을 따고 들어가서 가지고 나온 게 아닌가. 이 부분을 경찰이 CCTV로 확인 한 것 같습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자료사진)

◇ 김현정> 평가계 선생님들이 1명도 거기 들어가 있지 않았던 이것도 아주 이례적인 건가요?

◆ 장영인> 보통은 평가계 선생님이 들어가 있든지 아니면 해당 과목 선생님이 들어가 있든지. 주로 해당 과목 선생님이 들어가서 직접 보는데요. 자기 과목 인쇄되는 걸 보고 그것을 바로 받아가지고 반 별로 숫자를 세서 밀봉을 해서 평가계 선생님한테 갖다줍니다.

◇ 김현정> 그 숫자까지 다 맞아야 돼요?

◆ 장영인> 다 맞습니다. 맞아야 됩니다.

◇ 김현정> 1장이라도 남는 게 있으면 안 돼요?

◆ 장영인> 그렇죠. 혹시라도 거기서 인쇄가 잘못됐다든지 했을 때는 그거 수거해가지고 바로 파쇄를 합니다. 파쇄 담당도 해당 선생님이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저는 그렇게 한다고 해도 조금 뭔가 허술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여하튼 그나마도 지금 이 학교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에요. 그렇게 해서 행정실장이 인쇄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그 시험지 학생한테 건넸을 텐데 어떻게 세상에 드러난 겁니까?

◆ 장영인> 이 시험 문제를 유출해서 받은 학생이 자기 친한 친구한테 이번 시험 볼 때 힘드니까 한번 봐라. 그랬는데 시험 문제를 막상 받아놓고 보니까 이 친구가 지문까지 똑같은 시험지가 다 그대로 나온 것에 대해서 시험 문제 유출됐다는 생각을 하고 교장 선생님한테 신고를 했고 교장 선생님께서는 유출했다는 당사자 학생을 불러서 확인하니까 “엄마한테 받은 겁니다.” 이렇게 해서.

◇ 김현정> 엄마한테 받은 거다.


◆ 장영인> 엄마도 시험지 유출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 김현정> 인정을 했고 그리고 나서 보니까 행정실장한테 부탁을 한 걸로 결국 드러난 거군요.

◆ 장영인>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학부모가 어떻게 학교의 행정실장을 알아가지고 행정실장한테 이런 어마무시한 범죄를 의뢰까지 할 수 있습니까?

◆ 장영인> 학교 운영위원장하고 행정실장하고는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기는 합니다.

◇ 김현정> 학부모가 그냥 일반 학부모가 아니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니까?

◆ 장영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어떤 범죄 정황이 드러나고 추궁을 해도 처음에는 부인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행정실장이 내가 했다고 빨리 나타났어요.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금품수수는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말을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는 거죠.

◇ 김현정> 금품수수가 없었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 금품도 받지 않고 이런 위험한 짓을 행정실장이 왜 합니까?

◆ 장영인> 그러니까 이게 말도 안 되는 거죠. 처음에는 뭐라고 그랬냐면 일회성, 이번 한 번이었다. 그리고 전 과목도 아니고 5과목이었다. 이렇게 말을 했었는데 지금 드러난 걸 보면 5과목이 아닌 전 과목이었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중간고사도 했다고 그럽니다. 그러면 지금 현재 이 행정실장이나 이 학부모가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말 맞추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런데 경찰에서 여러 가지 의심 정황을 보고 계속 더 여죄를 추궁하고는 있으나 정말 더 적극적으로 하려면 구속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까 그러셨어요. 보통은 선생님들 감독과 입회 하에서 출제, 인쇄, 보관이 다 진행이 된다. 그런데 이 학교는 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거다. 지금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물론 모든 학교, 모든 교사, 모든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봐서는 안 되겠지만 제가 지금 말씀을 쭉 듣다 보니까 상당히 우려되는 면은 분명히 있네요.

◆ 장영인> 실질적으로 대안이, 뾰족한 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나와 있는 매뉴얼만 제대로 지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거고요. 또 하나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자기 자녀하고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는 근본적으로 이걸 갖다가 막아야 되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범죄의 유혹에 휩싸일 수도 있죠.

◇ 김현정> 그게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도 선생님 자녀하고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있습니까? 이게 규제가 안 되는 건가요?

◆ 장영인> 배정이 됐을 때 부모인 교사가 이 아이 때문에 내가 불편해지고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까 우리 아이를 다른 데로 배정해 주세요 그러면 교육청에서 배정을 그렇게 관리하는 거죠.

◇ 김현정> 교사가 원하면, 제가 불편하니까 저희 자녀하고 떼어주세요라고 요청하기 전까지는 그냥 같은 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

◆ 장영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아니, 물론 교사들의 양심을 믿습니다. 믿고 싶고요. 당연히 그러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마는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이게 큰 문제, 큰 범죄가 되는 건데 사전에 아예 그것을 규정으로 조율을 해 줄 수는 없는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장영인> 네. 전반적인 시스템도 보완해야 될 것이 많이 있고요. 교직원들에 대해서 같이 한번 교육자적인 양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성찰의 계기가 돼야 되고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 요즘 같은 대입 제도에서는 내신 성적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여러분. 학교 시험에서 구멍이 뚫려버리면 사실은 이 대입 제도 자체의 공정성이 무너지는 건데 지금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까 우리가 너무 그냥 양심만 믿고 시스템적으로 보완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내온 건 아닌가라는 반성도 드네요. 이번 사건, 이 한 학교의 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제도를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선생님.

◆ 장영인>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전교조 광주지부의 사무처장입니다. 장영인 선생님이었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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