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폭염 "차위에 달걀 깨보니...와~마, 진짜 익데요"

'대프리카' 대구 폭염…불 속 걷는 듯
차 보닛 위 계란 실험? "반숙 아닌 완숙"
가마솥 더위 시작, 최소 8월 중순까지
열돔현상, 더위식힐 태풍도 밀어내
물, 그늘, 휴식…온열질환 대비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정호(대구 야외주차장 관리요원), 반기성(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전국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서울 최고기온 35도, 광주 36도, 강릉 35도, 대구는 37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오늘도 이 가마솥 더위는 계속될 거라고 하는데요. 여름이라 더운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올해는 유독 장마가 빨리 끝나고 폭염이 예년보다 훨씬 일찍 시작이 됐죠. 대체 올해 왜 이렇게 빨리 더워진 건지. 또 언제까지 더울 건지. 전문가의 예보를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그전에 전국에서 가장 덥다는 그곳. '대프리카' 대구의 더위를 잠깐 함께 느끼고 가겠습니다. 대구의 야외 주차장에서 주자창 관리를 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박정호 씨 연결을 해 보죠. 박정호 씨, 안녕하세요?

◆ 박정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대구의 어디 주차장에서 근무하십니까?

◆ 박정호> 병원 주차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병원 주차장에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하세요?

◆ 박정호>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하루 종일 서서?

◆ 박정호> 참 말이 안 나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저도 생각만 해도 벌써 등에서 땀이 나는 것 같은데. 얼마나 더우십니까?

◆ 박정호> 진짜 불 속을 걸어 다니면서... 진짜 땀도 계속 나고 할 말이 없습니다, 진짜. 안내는 해야 되겠고 저희도 일을 해야 되는데. 너무 덥습니다.

◇ 김현정> 옷이 그냥 땀에 계속 젖어 있는 거예요?

◆ 박정호> 계속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으로 계속 일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옷을 갈아입기는 갈아입으세요?

◆ 박정호> 아닙니다. 햇볕에 다시 말랐다가 조금 이따가 다시 땀 흘리고. 계속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쉬는 시간이 있기는 있죠, 그래도?

◆ 박정호> 네, 30분씩 한 4타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4타임. 그럴 때는 어떻게 건물 안에 시원한 데, 에어컨 틀어놓은 데 가서 쉬시는 거예요?

◆ 박정호> 저희는 또 주차 안내를 하다 보니 고객님들 계시는 곳은 못 가고요. 그냥 따로 1층 천막 있는 주차장에 들어가서 잠시 쉬고, 다시 나와서 또 하고 이런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어질어질하시겠는데요?

◆ 박정호> 제가 나이가 좀 젊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버틸 만합니다.

◇ 김현정> 올해 어떻게 되세요?

◆ 박정호> 올해 31살입니다.

◇ 김현정> 31살. 아직은 젊음으로 버티시는 거군요.

◆ 박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대구 분들 요새 모이시면 뭐라고들 하세요, 날씨 가지고?

◆ 박정호> '와 마, 이거 마 죽겠네, 죽겠어' 이렇게 하면서 어른들 돌아다니시고. 그래도 37도면 저희 대구에서는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다. 이 정도 입니다.

◇ 김현정> 이 정도면. 게다가 아직은 땅이 좀 덜 뜨거워진 거잖아요, 덜 데워졌잖아요. 이게 지금부터 일주일 묵고 보름 묵고 한 달 되면 그때는 정말 상상도 못 할 뜨거움이겠어요?

◆ 박정호> '진짜 어쩔 수 없이 먹고살려다 보니 그냥 걸어 다닌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렇게 뜨거운데도 먹고살려고.

◇ 김현정> 주차장에 차들 쭉 세워져 있는데다가 그 보닛 위에 달걀 탁 풀면 달걀 프라이 될 것 같은데요?

◆ 박정호> 사람들이 거짓말인 줄 아는데. 저희가 그때 저희 회사 사장님 차로 실험을 한번 해 봤거든요, 진짜. 와 거짓말 안 하고 진짜 계란이 익어 버리더라니까요.

◇ 김현정> 정말로요? (웃음)

◆ 박정호> 거짓말 아닙니다. 인터넷에도 나오고, '대구, 대구 그만큼 덥다'하시는데. 다른 분들은 못 믿으시는데, 저희가 진짜 실험해 봤는데 잠시 1시간 정도 세워놓은 차에다가 계란 두 알을 풀었는데. 그게 진짜 반숙도 아니고 그냥 익어버렸어요.

◇ 김현정> 세상. 그걸 또 실험을 진짜 해 보셨네요.

◆ 박정호> 진짜 저희가 얼마나 더운지 한번 실험을 해 봤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렇게 더운 곳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젊은이 박정호 씨. 게다가 투잡을 뛰면서 장례식 관리자 겸 주차장 관리일까지 하고 계시는데. 꿈이 뭡니까, 박정호 씨?

◆ 박정호> 꿈은 저희가 맨날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은 하는 거지만. 조금 더 시원한 곳에서, 조금 덥다고 느끼더라도 조금 시원한 곳에서, 그늘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다른 건 없습니다, 그냥.

◇ 김현정> 어떤 일이든 간에 좀 시원한 곳에서 내가 일할 수 있었으면. 안정적인 직장 구해서 시원하게 일하는 게 꿈입니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정호> 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박한 꿈이네요.

◆ 박정호> 계속 더운 데서 일하다 보니...일은 어차피 해야 되는 거니까.

◇ 김현정> 박정호 씨.

◆ 박정호> 네.

◇ 김현정> 지금 전국에 야외에서 근무하는 박정호 씨 같은 아르바이트생들, 야외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일용직 노동자들. 이런 분들 모두 힘내시라고 파이팅 한마디 해 주시겠어요?

◆ 박정호> 저처럼 열심히 사시는 분들. 조금만 더 힘내면 우리도 사장이라는 직책을 달 수 있고 하니,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복이 옵니다. 파이팅 합시다. 파이팅! (웃음)


◇ 김현정> 파이팅. (웃음) 우리가 사장 되는 그날까지 파이팅. 좋습니다. 오늘 힘내시고요.

◆ 박정호> 네.

◇ 김현정>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 박정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대프리카 대구의 야외 주차장에서 일하시는 분이세요. 31살 박정호 씨의 얘기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더운 걸까요? 얼마나 더운 걸까요? 왜 이렇게 장마는 빨리 끝난 걸까요? 날씨 전문가 만나보죠. 케이웨더의 반기성 센터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반 센터장님, 나와 계세요?

◆ 반기성>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이 더위. 매년 이랬는데 우리가 좀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 예년보다 좀 더 이례적인 건가요?

◆ 반기성> 상당히 이례적인 무더위라고 할 수가 있죠. 예를 들어서 오늘 같은 경우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평년의 서울 기온과 비교해 보면 한 3도에서 6도 정도 높은 기온이거든요.

◇ 김현정> 평년 이맘때에 비해서 더 높아요?

◆ 반기성> 3-6도 정도요. 대개 폭염이 발생하는 때가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 중반이거든요.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 폭염이 열흘 이상 빨리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아주 이례적인 무더위라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왜 이렇게 더운 겁니까?

◆ 반기성> 올여름 장마가 예년보다 열흘 이상 일찍 끝나면서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해 왔기 때문이죠.

◇ 김현정> 왜 장마가 평소보다 예년보다 일찍 끝난 거예요? 항상 생각해 보면 7월 말까지는 계속 장마였는데.

◆ 반기성> 대개 우리나라 장마는 북태평양 고기압하고 북쪽에 있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세력의, 힘이 비슷하면서 장마전선이 그사이에 만들어져서 우리나라에서 한 달 이상 머물거든요.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북쪽 오호츠크해 세력보다 훨씬 더 강해져버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해서 올라와서 장마가 일찍 끝나게 된 건데. 이렇게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일찍 발달한 이유로는 북태평양의 10년 주기에서 올해가 좀 강한 해입니다. 그런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장마가 일찍 끝나서 더위가 일찍 시작됐다, 이렇게 보면 되는 겁니까?

◆ 박정호> 거기에다가 이번 같은 경우는 티베트 고기압이라고 상층, 높은 곳에 굉장히 뜨거운 열풍이 만들어졌어요. 또 지상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남서 기류로 아주 고온다습한 공기가 들어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압 배치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상층으로 빠져나가지 못해요. 이 공기가 축적되면서 가마솥처럼 점점 더워지는 현상을 '열돔'이라고 부르거든요, '히트돔'인데. 또 여기다가 지금 우리나라 상공에 있는 고기압이 굉장히 안정되어 있어요. 그런 얘기는 뭐냐 하면 구름도 발생하지 않다 보니까 일사량이 강해진다는 거거든요. 이런 효과들이 같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면서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더울 건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더위가 일찍 끝나는 건지, 아니면 끝나는 시기가 그때와 같은 건지? 이게 궁금해요.


◆ 반기성> 현재 우리나라 부근을 보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지상만 있는 게 아니라 상층까지 굉장히 강하게 들어왔어요. 이 고기압이 자리를 잡으면 최소한 열흘에서 보름 이상은 기압계가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따라서 현재로 보면 7월 말까지는 거의 찜통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요.

◇ 김현정> 지금 오늘이 7월 17일인데 7월 말까지 계속 이래요, 보름 동안?

◆ 반기성> 최소한입니다, 최소한.

◇ 김현정> 최소로 잡아서.

◆ 반기성> 문제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8월 상순부터 중순까지가 가장 무덥거든요, 통계적으로 보면.

◇ 김현정> 원래 그렇죠.

◆ 반기성> 올해 같은 경우는 8월 중순까지 한 달 이상, 굉장히 더운 폭염 또 열대야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케이웨더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7월 말에 태풍 하나가 올지도 모른다, 이런 얘기들 있던데 케이웨더에서는 어떻게 보세요?

◆ 반기성> 일단 예보모델에서는 지금 태풍이 북상하는 게 잡히기는 하는데, 다음 주 초반 정도에는 중국으로 이동할 것 같고요. 그다음 주 태풍 발생한다면 그게 7월 말 정도에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하거든요. 과연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을 해서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겠느냐. 현재로서는 그렇게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1994년 가장 살인적인 폭염이 있었던 해에 7월 말에서 8월 초에 태풍이 2개가 올라와서 더위를 좀 식혀준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정도가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도 있긴 있습니다.


◇ 김현정> 최고점을 찍었던 게 94년 여름. 저는 아직도 생생해요. 94년 여름의 그 더위. 혹시 올해 그 기록을 깨는 거 아닌가. 이거 뭐 어떻게 보세요, 전문가로서 예측?

◆ 반기성> 그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어야죠.

◆ 반기성> 여러 가지 장기예보 자료를 갖다 분석해 보니까요. 일단 1994년 정도의 살인적인 폭염이 있었죠. 그해 우리나라가 온열질환자로 사망한 사람이 3000명이 넘었거든요.

◇ 김현정> 대단했어요.

◆ 반기성> 그러니까 그 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가장 더웠던 해가 2016년이죠. 이때 아주 전기세 엄청 많이 나왔던 해인데. 2016년 정도에 버금가는 더위가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각오를 좀 단단히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말씀 듣고 보니까 태풍이라도 와서 더위를 한번 식히고 갈지, 그냥 이대로 쭉 8월 말까지 갈지 이게 아직 미지수인 상황에서, 우리가 각오를 좀 단단히 하고 주변에 취약한 이웃은 없는지도 돌아보고 이래야겠네요.

◆ 반기성> 가장 무서운 것이 온열질환이죠.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일본이라든가 미국, 캐나다, 중동,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전 세계가 지금 폭염으로 난리거든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일단 더위가 오면 우리가 좀 기억해야 할 게 물, 그늘, 휴식. 이 3개만 지키면 좋지 않겠느냐. 만약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면 빨리 119에 연락하신 다음에 체온을 낮춰주면서 좀 살펴주면 최소한 이런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특히 사업주 분들, 고용주 분들이 명심하셔야 될 것 같아요. 물이야 우리가 챙겨서 먹으면 되겠습니다마는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휴식 시간, 그늘막 이런 거 챙겨주셔야 된다는 것. 이거 기억해 주십시오. 센터장님,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 반기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날씨 전문가죠. 케이웨더의 반기성 센터장까지 만나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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