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A승무원은 박삼구 회장에게 노래를 '대령'했다는 표현을 썼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에서 어떤 지위인지를 단박에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또한 회사에서 황제 대우를 받았다는 것 역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항공사 회장님들은 대체 어떤 연유에서 이렇게 '황제'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우리들 스스로 무력해져버렸다"
아시아나 승무원 A씨는 박 회장의 유별난 스킨십을 기억한다.
A씨는 "회장님이 비행기를 탈 때면 소위 이쁘고 젊은 후배들이 대기를 한다 그래야 회장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회장님이 타시는 날엔 남자 승무원은 아예 배제가 될 정도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회장님은 비행기에 타실 때마다 '저번엔 백허그를 해줬는데 이번엔 앞에서 안아주면 안 되느냐'라는 식의 스킨십 요청을 많이했었다"며 "회장님이 스킨십 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관리자급들이 사전에 승무원들에게 스킨십을 하라고 지시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박 회장이 이런 '기행'을 멈추지 않았던 데에는 내부 자정작용이 멈춰버린 것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담담히 고백했다.
A씨는 "회장님의 기행이 문제가 되는 일이란 걸 나를 비롯한 모든 선후배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회장님의 유별난 행동들이 관행처럼 굳어져 버렸고,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솔직히 모두 타성에 젖어 문제를 제기할 생각조차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회사 경영진들은 이런 문제가 밖에 새어나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는지 경영진들은 항상 내부 단속에 힘을 쏟았다"며 "회사 내부에 들어가보면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서로 얘기 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누구를 위한 필수공익사업?
이처럼 두 항공사가 국내 항공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었던 이면엔 국토부의 비호가 있지 않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 국토부에 항공사 승인을 받기위해선 실질적으로 500억의 자본금과 5대의 항공기를 보유해야만 신청 자격이 충족된다. 이후 면허를 신청하고 국토부 심사를 거쳐야하는데 이처럼 까다롭고 높은 규제 장벽때문에 일반 기업들은 항공사를 설립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근거 없는 논리로 규제를 풀면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듯 불안감을 조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항공 운송은 만성적 공급 부족 상태이고 신생 항공사가 계속 생겨도 사고는 점점 줄었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 인명사고는 0명이었다.
이에더해 공공운수노조 정찬무 조직쟁의 국장은 "항공사업이 필수 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서 항공산업 노조가 사측에 대항할 힘을 잃어 기형적 항공사업이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필수공익사업이란 전력,의료와 같이 일반 국민에게 밀접하고 중요한 사업을 일컫는 말로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지정된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운항필수인력은 현행법으로 규정돼 있다. 제 아무리 두 회사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측에 강제력을 줄 수가 없다" 고 밝혔다.
실제로 항공사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기 전인 2005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파업에 나서자 정부에서 긴급 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종료시키기도 했다.
정찬무 국장은 "사실 사측에선 비수익노선을 줄이고 수익노선을 증대시키고 있어 회사가 손해를 보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기형적 형태가 종합돼 나타난 것이 대한항공 총수일가 갑질, 아시아나 항공 박삼구 회장의 만행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항공사의 갑질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선 항공필수사업지정을 해제 시키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찬무 국장은 "이미 수없이 많은 항공사가 인천공항을 경유하고 있고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가 11개나 된다"며 "국민들이 특정 항공사가 파업을 한다고해서 외국을 가지 못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고 단호히 지적했다.
또 "이미 인천공항이 세계 2위 수준의 물동량을 기록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이 해제된다고 항공물류 운송에 차질을 빚는 일은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