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작 전부터 끝을 장식하는 것이 이 색이다. 강렬하지도 않은 이 색이 관객의 마음에 조금씩 스며든다. 입가에 미소도, 눈가에 눈물도 파스텔처럼 그렇게 번진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돌아왔다. 5년 만이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해 세종 시즌으로 돌아온 것이다.
워낙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이기에, 어쩌면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뮤지컬은 초·재연 때 큰 사랑을 받았고, 다시 공연되지 못하는 5년 동안 수많은 뮤지컬 관객들로부터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공연 전문 잡지 <더 뮤지컬> 설문 조사 결과)에 꼽히기도 했다.
원작 영화의 감성을 뮤지컬로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무엇이 더 좋다는 식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화는 영화만의, 뮤지컬은 뮤지컬만의 장점이 있다. 이 부분은 취향 차이이다.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야 하는 이야기 구성은 어쩌면 뮤지컬에서 구현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었을 수 있는데, 조명을 활용해 영리하게 커버했다. 영화를 본 팬이라면 기발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반면, 뮤지컬은 시간과 넘버를 잘 활용해 감정을 서서히 전한다. 극의 시작과 끝에 나타나는 파스텔 톤 배경처럼 관객에게 감정이 서서히 스며들도록 만든다.
'그게 나의 전부란 걸', '그대인가요', '그런가봐' 등은 인물의 감성을 전달하는 1차원적 기능을 넘어, 공연을 본 후에도 귀에 맴돌 정도로 노라 자체 멜로디가 훌륭하다.
혹여나 뮤지컬이 영화와 비교해 자기 취향이 아니더라도 넘버 만큼은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공연은 8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