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여성·청년 최고위원 '폐지' 논란…"소수 목소리 배제" 내부 반발

전준위 여성 위원 반대… 최고위 직후 재고 요청
"청년 여성 지원 시스템도 없이 부문별 최고위원부터 폐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차기 최고위원회에서 여성, 청년 등 부문별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당내 반발이 일고 있다. 수권 정당이 되면서 지방선거 압승 뒤 소수의 목소리는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 된다.

민주당 최고위는 4일 권역·부문별 최고위원을 없애고 전국 선출 최고위원을 5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으로 하는 지도체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또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결정한 여성 최고위원 할당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명목상 여성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여성 위원 지지를 필요없게 한단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론 최고위에서 여성에 비해 청년 부분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막판 수정이 이뤄진 것이다.

백혜련 대변인은 "일단 청년위원의 강력한 문제제기 있었고 그렇게 되다보니 전반적 지도체제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 이 같은 결정에 당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장 이날 최고위 직후 열린 전준위에서는 최고위의 결정을 원안대로 재고해달라는 안을 다시 올리기로 했다.

전준위 위원장인 오제세 의원은 "최고위 결정에 대해 여성 전준위 위원들의 반발이 있어서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 체제 개편 과정에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년 최고위원 김병관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전준위의 결정을 작심 비판하고 나서면서였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여성을 반드시 한 명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에 비해 당에 헌신한 청년을 위한 배려는 부족해보인다"며 비판을 했다. 정당에서 안 그래도 목소리가 작은 청년위원장에게 최고위자리까지 없애면, 당내 청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단 우려를 던진 것이다.

김 의원은 CBS 노컷 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년위원회는 당 내 위원회 중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꺼린다"며 "하지만 청년위원장에게 주는 청년몫 최고위원이란 메리트까지 사라지면 아무도 청년위원회를 지원하지 않게 되고, 유명무실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이나 여성 등 부문별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던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안'에 따라 도입됐다. 당시 민주당은 최고위원 12명 중 5명을 여성, 청년, 노인, 노동, 민생 부문별 대표 5인을 넣어 최고위의 힘을 분산시키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전준위는 최고위원의 수를 9명으로 대폭 줄이고 권한을 집중했다. 최고위원과 별도의 선거로 뽑히는 당 대표가 정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도 포함돼 당 대표의 권한은 더 강화됐다.

이 때문에 집권당이 되면서 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벌써부터 무시하고, 대표의 권한을 강화해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이번 개편안 관련 "위험한 개편"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담을 수 있는 통로가 막힐 수도 있다. 권력만 집중시키면, 줄세우기가 나오고 친박 같은 친문이 등장해 당내 갈등이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청년이나 여성 조직에 당이 오랜 시간 물적 양적 지원을 통해 좋은 정치인을 길러내는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선 제도와 시스템은 없는 상태에서 부문별 최고위원만 없앴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편안을 논의하면서 부문별 최고위원 폐지를 보강할 대안은 없었다. 백 대변인은 "개편 결과를 보고 약화 가져온다면 차후 지도부 논의할 것"이라며 "부분별 폐지는 결국 여성·청년의 목소리 약화를 가져오리라고는 지금은 보지 않는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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