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짜리 초대형 드라마 시대 연 '산업화' 공식

'미스터 션샤인' 막대한 제작비·글로벌 유통망 확보
쪽대본· 밤샘촬영 열악한 드라마 현장에 '천지개벽'
"사전제작 시스템 정착되면 투자 받기 수월해진다"
"넷플릭스, 시장·투자 확대 측면에서 대안 될 수도"

(사진=화앤담픽처스 제공)
한국 드라마 사상 초유의 도전이 시작된다. 오는 7일 첫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제작비 400억여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대작이다. 쪽대본, 밤샘 촬영 등 열악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한국 드라마 현장에서 '미스터 션샤인'이 만들어지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앞서 화제작 '태양의 후예' '도깨비'를 합작해낸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미스터 션샤인'은 모두 24부작으로 꾸려진다. 단순 계산했을 때 회당 제작비가 17억여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드라마는 격동의 근대사를 대변하는 구한말을 배경으로, 제국주의 열강에 맞서는 의병들의 활약상과 그 안에서 꽃피우는 인연의 고리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미스터 션샤인'은 지난해 9월부터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해 사전제작 형태로 선보이는데,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소개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드라마계에서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른바 '산업화 공식'을 철저히 따른 열매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동기 교수는 3일 "미국 등 문화콘텐츠 산업이 발달한 나라를 보면 사전제작 드라마에 비교적 규모 큰 투자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드라마 방영 도중 내용까지도 조금씩 바꿔가는 독특한 시스템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사전제작 형태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쭉 있어 왔다"며 "과거에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를 비롯해 몇 차례 시도가 있었는데, 제대로 확산되지는 못했다"고 부연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같은 날 "우리나라 드라마는 방송사가 자체제작하거나 외주를 주는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며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가 다른 나라에서도 팔리는 시장이 만들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 같은 굉장히 큰 새로운 시장이 한국 드라마 앞에 펼쳐짐에 따라 수백억원짜리 드라마 제작도 가능케 만드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지상파 3사에다 tvN·OCN·JTBC까지 최소 6개의 비중 있는 드라마 채널이 경쟁을 벌이는데다, PPL(간접광고)·중간광고 등으로 일정하게 제작비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산업화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

(사진=화앤담픽처스 제공)
전 세계에 촘촘한 유통망을 지닌 넷플렉스와 같은 글로벌 시스템의 등장은 이러한 흐름에 강력한 엔진을 달아줬다.

이동기 교수는 "드라마 제작이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이를 전 세계로 내보내는 국내 배급 업체 역량도 문제가 된다"며 "이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유통망을 지닌 회사의 등장은 대형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 평론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은 시장을 넓혀주는 동시에 투자 측면에서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여실히 확인한 것이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인데, 넷플릭스의 네트워크로 전 세계 시장에 작품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된 계기였다"고 봤다.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문화콘텐츠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사전제작 시스템은 대본 등 전체 기획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충실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자 받는 데 있어서 훨씬 수월하다"며 "그간 우리나라는 초반 몇 회 분량만 갖고 드라마를 시작하는 등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투자를 받아서 만들기 어려운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자체 제작해 방영하거나 외주를 주는 방식도 여전한데, 이는 산업화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라며 "산업화는 방송사와는 별도로 규모 있는 제작사를 만들고 외부 자본도 들여오는 사전제작 시스템 정착 문제와 맞물려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은 문화콘텐츠를 산업화 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이야기다.

사전제작 시스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초대형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정형화 된 공식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김 평론가는 "넷플릭스 같은 전 세계 유통망과 손잡을 때는 헐리우드에서도 입지를 다진 이병헌, '아가씨'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김태리 등이 나오는 '미스터 션샤인'처럼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대형 스타들을 캐스팅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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