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산사가 세계문화유산 된 이유? 가보면 압니다"

산사 7곳 유네스코 등재…'자존심 세웠다'
천년 넘는 古刹, 역사성·보편성 모두 지녀
가장 마음 홀리는 산사? '부석사' '선암사'
'인류의 문화유산' 관리 잘하지 않으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지난 토요일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우리의 전통 산사 7곳이 모두 등재가 됐습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아는 곳도 있고 처음 들어본다. 이런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어요. 다들 깊은 산속에 1000년 넘게 자리한 그런 산사들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도대체 어떤 점이 세계인을 홀린 걸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유홍준 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유홍준 선생님, 안녕하세요?

◆ 유홍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됐다.' 이 소식 듣고는 어떠셨어요?

◆ 유홍준>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는 이코모스(ICOMOS)라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전문가들의 아주 엄격한 심사를 받는데. 우리나라의 산지승원이라고 하는 문화유산이 된 건 문화유산의 자존심을 세우는 성과라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자존심을 세우는.

◆ 유홍준> 네.

◇ 김현정> 그럼 여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되고 나서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건가. 그냥 타이틀 하나 얻는 정도인 거예요? 뭐가 달라지는 겁니까?

◆ 유홍준> 기업에서 홍보비를 많이 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국가적으로 홍보를 하는데 어떤 방송이나 매체나 이런 거를 통한 거보다도 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인해서 얻는 크기는 상당히 커요. 그런데 그게 우리 국민들은 너무 익숙해서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산사가 많은 나라는 없습니다.

◇ 김현정> 아니, 중국 이런 곳이 많은 거 아니에요?

◆ 유홍준> 인도나 중국의 경우에는 석굴 사원이 발달을 했죠.

◇ 김현정> 석굴.

◆ 유홍준> 둔황 석굴, 윈강 석굴, 아잔타 석굴. 우리 산사처럼 그렇게 아늑하고 편안하고 그리고 고즈넉하면서도 종교 시설로서의 분위기를 갖고 있는 건 갖기 힘들어요.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위)와 경남 양산에 자리잡은 통도사 풍경(사진=문화재청 제공)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지금 설명을 쭉 듣다 보니까 종교 건물로의 의미 그 이상을 갖는. 종교적인 의미로만 따진다면 인도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고 대만에도 있고 있는 곳이 사찰인데. 왜 한국의 산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이 선정했는가. 그 이유가 이해가 되네요.

◆ 유홍준> 기준은 뛰어난 보편적 가치라고 그래요. '아웃스탠딩 유니버셜 밸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갖고 있어야 돼요. 그리고 이런 지정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세계가 굉장히 경쟁적이에요.

◇ 김현정> 그런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다 거쳐서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리의 사찰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교과서에서 사실 한 번씩들 다 들어본 사찰이에요, 가보지 않으셨어도. 교수님은 다 가 보셨잖아요.

◆ 유홍준> 그렇죠.

◇ 김현정> 당연히. 그 7개 중에서도 유홍준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아름다운 산사를 꼽으라면 어떤 거 꼽으시겠어요?

◆ 유홍준> 나보다도 심사위원들. 그분들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영주 부석사죠.

◇ 김현정> 부석사.

◆ 유홍준> 네.

◇ 김현정> 왜 부석사입니까?

◆ 유홍준> 부석사 가면 다 그렇구나 하게 되어 있어요.

◇ 김현정> (웃음) 가보면 압니까?

◆ 유홍준> 우선 거기 무량수전이라고 하는 목조 건축이 1000년을 갔다고 하는 사실. 역사성을 떠나서 그 팩트 자체가 그렇고. 최순우 선생의 유명한 책 있죠.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고 하는. 그 소백산맥 전체가 사찰의 정원인 양 넓게 펼쳐지는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경관. 그게 산지 승원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가보면 그냥 앞마당에 서면 왜 부석사가 뽑혔는지 이해가 그냥 바로 돼요. 그 말씀이세요.

◆ 유홍준> 그런가 하면 반대로 선암사 같은 경우에는.

◇ 김현정> 순천.

◆ 유홍준> 그렇게 스케일이 큰 것이 아니라 진입로를 20-30분 걸어서 들어가는 과정, 계곡을 타고 들어가서. 산자락을 아주 슬기롭게 경영해가지고 돌계단 하나 올라가면 뭐 만세루가 있고 또 만세루 넘어서 들어가면 법당이 나오고. 또 옆으로 돌아가면 요사채의 승원들이 있고 하면서 아주 사람의 마음을 느긋이 해 주는 그런 분위기로써 만들어진 것도 우리 산사가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이죠.

◇ 김현정> ‘아기자기한 그런 멋이 있는 곳’, 아니면 ‘장엄한 이런 위엄이 느껴지는 곳.’

◆ 유홍준> 우선 첫째로는 역사성이 있어야죠.

◇ 김현정> 역사성.


◆ 유홍준> 1000년 고찰이어야 돼요.

◇ 김현정> 일단 1000년은 넘어야 되고, 그건 기본이고.

◆ 유홍준> 그다음에 현대적인 중축으로 인해서 원형이 손상된 것은' 아웃스탠딩 유니버셜 밸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서 제외가 되죠. 그러니까 교토는 '사찰의 도시'고 중국의 소주는 '정원의 도시' 그렇게 되듯이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는 '산사의 나라'라고 하는 이미지 오브 코리아를 세우는 데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 김현정> 그것 참 좋네요. '우리 한국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 강렬한 이미지 사실 이게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관광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거 꽉 잡아야 된다는 말씀이에요.

◆ 유홍준>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렇게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여러분, 우리나라는 13개의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나라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뽑혔다, 기쁘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존시켜서 우리 후세에 물려줄까’ 또 어떻게 하면 더 ‘이 개수를 확장시킬 것인가’ 이 고민이 더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유홍준 교수님.

◆ 유홍준> 그리고 잘못 관리하면 또 취소돼요.

◇ 김현정> 취소도 됩니까? (웃음)

◆ 유홍준> 네. 독일에 있는 쾰른성당의 경우에도 옆에 있는 신축 건물로 인해서 수차례 경고를 해가지고 유네스코 기념물 위원회 사람들에 의해서 보고되면 그거는 국제적인 망신이 되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명지대 유홍준 석좌교수 (사진=창비 제공)
◇ 김현정>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에요. 알겠습니다.

◆ 유홍준> 그러라고 유네스코에서 이런 제도를 만든 거죠. ‘너희들만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유산임을.’

◇ 김현정> 기억해라.

◆ 유홍준> 네.

◇ 김현정> 아니, 이 짧은 시간 안에 오늘 이 얘기를 다 담을 수가 없어요, 교수님. 다음에 한번 스튜디오로 나오셔서 긴 이야기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대하겠습니다.

◆ 유홍준> 기왕 이렇게 됐으니까 일곱 군데 한번 주유천하 해 보세요. 국민들도 그렇고요.

◇ 김현정> 그렇게 해 봐야겠습니다.

◆ 유홍준> 즐거운 일이죠.

◇ 김현정> 그러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유홍준> 네.

◇ 김현정> 감사합니다.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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