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5일 개봉을 앞둔 '미투 숨겨진 진실'(감독 마현진)은 지난 18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교수에게 성 상납 하는 제자 등 갑질과 성 행각을 그린 성애 영화로 남녀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가 제자를 강제 성폭행하고, 사제 간의 이익을 위한 성행각, 자살, 남녀의 무분별한 성행위, 선정적 대화, 거친 욕설 등 주제 및 폭력, 공포, 대사, 모방위험에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에 공개된 예고편에도 교수가 제자에게 성행위를 암시하고,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목에서부터 '미투'를 내걸고 있지만, 미투 운동의 의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자극적인 장면의 연속이다.
거기다 성폭력 가해자인 교수는 자신 안에 악마가 있었다고도 말한다. 가해자를 괴물이라고 표현하며 악마화하는 것은, 성폭력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외면한 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접근이다.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관련 제도와 정책,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모인 단체인 전국미투생존자연대(미투연대)는 28일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배급사 SY미디어에 상영본과 시나리오 사전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미투연대는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포스터와 홍보영상을 확인했고, 귀사가 성폭력을 외설로 소비하는 성인 영화에 '미투'라는 이름을 붙여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미투연대는 해당 영화가 △자신의 삶을 걸고 온 힘을 다해 피해 경험을 말하기 시작한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를 상업화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이용, 강화하고 △꽃뱀 몰이와 강간 문화를 조장해 피해자들에게 직접 2차 가해를 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재판 등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저작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전 모니터링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미투연대는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이 미투 운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저작물이라고 판단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행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찍는페미는 "미투 숨겨진 진실' 예고편은 여성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성적 대상화 하며 소위 '꽃뱀'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또한 충격 결말, 괴물, 집착 등의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찍는페미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관객들의 눈요깃거리, 성적 대상이 되거나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피해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가해자를 벌하고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자 용기 낸 것"이라며 "'미투 숨겨진 진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찍는페미는 "한국 영화인들은 '미투 숨겨진 진실'의 제작 사실을 통해 업계 현실을 깨닫고, 그에 대한 자정에 앞장서야 한다. 미투 운동의 당사자들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은 상영되지 않아야 한다. 어떤 경로로든 이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배급사인 SY미디어는 미투연대의 사전 모니터링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미투연대가 공개한 SY미디어의 회신을 보면 "미투연대 페이스북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확인해 본 결과, 전달 및 해석 오류와 더불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만을 편집해 자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에서 공문에서 언급한 사항을 확인하는 목적이 아닌, 이미 부정적인 시선과 목적을 갖고 접근한다고 판단돼 요청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나와 있다.
SY미디어는 "본 영화는 '미투'라는 이름을 붙여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 또는 그럴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며 "요청한 부분에 대해 수용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에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토일렛'(감독 이상훈)이 개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역시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부터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었다.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홍보 문구가 등장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가해자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남성은 모두 보내고 그곳에 들어온 일면식도 없는 여성만을 죽였다. 여성혐오에 의한 사건을 단순한 충동에 의한 사건으로 왜곡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이상훈 감독은 "강남역 사건과 전혀 무관한 영화이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라며 "완벽한 범죄는 없고 범죄자는 그 벌을 받는다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