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이 지배하는 월드컵, 모로코는 또 울었다

'개입 최소화 효과 극대화'라는 목적 무색한 VAR의 편파적 활용 의심

모로코는 러시아월드컵에서 공식 도입된 비디오 판독(VAR)이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한 채 16강에서 탈락했다. 스페인 수비스 피케가 모로코 공격수 부타이브를 향해 시도한 두발 태클은 분명 위험한 동작이었지만 주심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비디오 판독(VAR)은 매번 모로코를 외면했다. 그래서 잘 싸우고도 떠나야 하는 모로코다.

모로코는 26일(한국시각)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B조 3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모로코는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20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을 일찌감치 마쳤다.

앞선 4번의 월드컵 출전에서 거둔 조별예선 2승은 모두 3차전이었다. 비록 조별예선에서 탈락할지라도 모로코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팀이었다. 모로코의 특징은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경기했지만 모로코는 분명 스페인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페인전만 보더라도 모로코는 조별예선 최하위에 그칠 팀은 아니었다. 다소 거칠었지만 분명 그들은 분명히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앞선 두 경기에서는 좀처럼 터지지 않아 고민이 컸던 공격이 두 번이나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며 북아프리카 축구의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한 경기력을 선사했다.


모로코가 16강 경쟁에서 탈락한 이유는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감독의 말처럼 모로코가 속한 B조가 또 다른 ‘죽음의 조’였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충분히 잘 싸우고도 16강에 가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진 경기력에 대한 만족감과는 별개로 모로코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축구 약소국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포르투갈전에 이어 스페인전 역시 VAR이 상대에 유리하게, 반대로 모로코에 불리하게 활용됐다고 느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2경기 연속 편파적이라고 느낄 만한 VAR의 활용에 격분한 모로코 선수들은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감독이 나서 저지해야 했을 만큼 경기가 끝난 뒤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모로코는 포르투갈과 조별예선 2차전에 상대 수비수 페페의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주어질 만한 상황에서 VAR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모로코가 포르투갈에 0-1로 패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VAR 적용은 결과적으로 B조의 순위 경쟁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분명했다. 하지만 VAR은 모로코를 외면했다.

스페인전 역시 비슷했다. 헤라르드 피케(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수비진은 VAR의 활용을 고려할 만한 여러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전반에만 심판과 기 싸움을 벌이며 4장의 경고를 받은 모로코는 단 한 번의 VAR 상황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는 하나 후반 추가시간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의 동점골이 VAR을 통해 인정됐을 때 격분했고, 경기 후에도 양 팀 벤치가 충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부터 VAR을 월드컵에 공식 사용한다. VAR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적어도 모로코만큼은 VAR이 ‘자국에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상대에게’ 최대한의 효과를 준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모로코의 억울함을 대변이라도 하듯 BBC와 스카이스포츠 등 유럽의 여러 매체는 이번 대회에서 과다한 VAR의 활용을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월드컵은 조별예선이 끝나기도 전에 역사상 가장 많은 20회의 페널티킥이 주어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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