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엔 찜통·업무도 힘들어" 구청 직원을 하소연…왜?

부산 남구청 (사진=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구청 직원들이 때 이른 더위에다 구청 인근 건물 공사로 인해 창문도 열 수 없어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신음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수년 전 시행한 에너지 절약 방침 때문에 냉방기조차 제대로 틀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지난주 부산 남구청의 한 사무실. 책상에 앉은 공무원들이 지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선풍기까지 꺼냈다.

오후들어 통유리로 된 천장을 뚫고 햇빛이 내리쬐자, 구청 건물은 그야말로 찜통으로 변했다.

창문을 열어보지만 구청과 맞닿은 곳에 초등학교 신축 공사가 한창이라, 시원한 바람 대신 먼지와 굉음에 가까운 공사장 소음만 들어왔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든 수준이지만 냉방기는 멈춰있고, 각 사무실에서 구비한 선풍기 몇 대가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었다.

부산 남구청은 다른 공공기관 건물과 마찬가지로 수년 전부터 정부 등의 에너지 절약 지침에 따라 냉방기 가동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7월 이후, 최고 기온이 28도 이상인 날만 한때 냉방기를 가동한다.

하지만 남구청 직원들은 이번 달 이미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고, 통유리로 된 구청 건물 구조상 꼭대기인 6~7층은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로 덥다고 하소연했다.

한 직원은 "구청이 덥다는 소리는 몇년 전부터 계속됐지만, 특히 올해에는 이번달 불볕더위가 찾아와 실내는 더욱 덥게 느껴진다"며 "에너지 절감 정책에 반대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지만, 융통성있게 청사를 관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하순 부산지역 최고기온 평균은 24.4도로 평년인 22.8도 보다 1.6도 높았다.

이번달 초순 최고기온 평균도 평년보다 1.5도 높은 25.4도를 기록했다.

게다가 다음달 장마가 끝난 뒤 불볕더위가 찾아오면 직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남구청 측은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이 단순한 지침을 넘어 상급 기관의 평가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낮 기온 28도 이상 일때만 중앙에서 관리하는 냉방기를 켜고 있는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내려온 지침이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구청 에너지 사용량 관련 지표가 상급 기관의 평가 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에 직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냉방기를 켤 수가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구청 공무원 노조는 이 같은 불만을 구청과 단체 협상 등에서 전달하고 대책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 남구청지부 관계자는 "건물 구조가 특이하고 더위가 일찍 찾아오다 보니 불만을 표현하는 직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단체협상 등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직원 불만을 전달한 뒤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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