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사이를 분주하게 돌며 고개 숙여 인사 하는 당선인들이 적지 않았다.
성원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 시민들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인데 시민들은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맞는지 긴가민가 하는 눈치였다. 선거 기간 벽보나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에 실린 사진과 실물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대부분 후보들이 '뽀샵'(포토샵)한 사진을 선거용으로 사용한 바람에 빚어진 것으로, 도가 지나쳐 실제 모습과는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
당선인의 실물을 처음 봤다는 한 시민은 "얼굴만 보고 투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유권자들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실물에 가까운 사진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성 출마자들은 턱을 갸름하게 하거나 눈을 키우고 얼굴 윤곽을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보정한 사진을, 남성 출마자들은 젊었을 때 '리즈' 사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후보 등록 때나 선거 공보물용으로 이런 '왜곡'된 사진을 제출해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딱히 제지할 방법이 없다.
공직선거법에는 홍보용 인쇄물에 후보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지 사진 허용 기준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충북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많이 보정해 실제 모습과 전혀 달라 보이는 사진을 제출하는 후보들이 많지만, 현행법상 막을 방법이 없고 제지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더 좋은 이미지로 보정한 사진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후보들을 전혀 모르는 유권자들은 공보물이나 선거 벽보만 보고 선택하는 만큼 실제 모습에 근접한 사진을 쓰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의 기준을 일일이 정해 놓은 다른 법률도 있다.
주민등록법은 주민등록증 발급 때 6개월 이내 촬영한 사진을 쓰도록 의무화했고 모자를 썼거나 색안경을 쓴 사진, 반창고를 붙이고 찍은 사진 등은 안 된다고 명시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진의 용도가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주민등록증 발급 때 사진이 실물과 다를 때는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확인이 어려운 사진' 역시 보완 요구 대상인데, 이런 점은 여권 발급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권법에는 '사진의 동일성 등을 심사하는 데 필요할 경우 신청인에게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유권자들은 "연예인처럼 잘 생긴 후보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실제 모습을 왜곡하는 것은 학력이나 경력 허위 기재와 다를 바 없는 기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물과 사진이 다른 경우 선관위가 보완을 요구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