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부터 100일 동안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실태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단을 꾸려 100일간 활동했다.
운영결과에 대한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러나 접수된 피해신고는 모두 36건에 그쳤다고 했다.
5건의 수사의뢰 등 성과가 있었지만, 사회전반에 들불처럼 번졌던 미투 운동 분위기를 감안하면 예상보다는 피해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조단장을 맡았던 국가인권위원회 조영선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서 "신고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성폭력 문제가 강고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특조단을 포함한 정부기관의 대책기구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신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고 자평했다.
신고가 적은 것은 아직도 가해자들이 중심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꺼리거나 주저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권위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돼도 여전히 각 분야 위원회의 위원장이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힘을 발휘해 피해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특조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69.5%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피해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답변은 59.5%에 달했다.
특조단이 발표한 피해사례에서도 가해자 대부분은 대학교수나 재단 이사, 협회장 등 조직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로 조사됐다.
이에 특조단은 이번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문체부 등 관계기관에게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서도 국고보조금과 각종 위원회 위원 자격을 제한하는 등 공적지원을 막도록 법을 정비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또 표준계약서에 '성차별, 성폭력 등의 금지조항'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예방조치도 담도록 제안했다. 문체부도 이를 반영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