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폭발 부른 암보험금 |
① 보험회사 '기만'에 암환자들 '분노' ② 암보험 가입할 때, '암에 대한 직접 치료' 본 적 있나요?" (계속) |
2000년도에 S화재에 암보험 상품을 가입한 B씨는 2016년 11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다. 12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퇴원을 했다. 하지만 양발에 발톱 8개가 빠지고 이는 삭아 없어진데다가 이석증까지 심해져 집에서 한 달을 버티다 이듬해 요양병원에 갔다.
B씨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한 8일치 보험금을 받았지만, 요양병원 입원비는 받지 못했다. 보험사는 "4기면 주겠지만 3기라 줄 수 없다. 요양병원 입원비는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B씨는 요양병원에서 한 항암치료가 왜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아닌지 납득할 수가 없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은 지 한 달 만에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전체 요양병원 입원비 반값에 합의를 보자는 내용이었다. B씨는 "암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서 공장에 다니면서도 우선 순위로 보험료가 빠져나가게 했다. 그런데 진짜 필요할 때 쓰려고 하니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줄 수 없다니 황당하다"고 분노했다.
특히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뭐냐고 물었더니 대법원 판례를 줄줄이 읊길래, 그건 내 사례와 다르다고 항변해도 다짜고짜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나는 내가 가입한 상품에 써져 있는대로 암에 대해 치료를 한 비용을 보험금으로 달라는 거다. 왜 사람마다 보험금을 달리 주냐. 보험사가 부르는게 값이냐"고 따져 물었다.
◇ 암보험금 민원 폭발 이유, '암에 대한 직접 치료' 해석 차이
B씨처럼 보험회사에 요양병원 입원비를 청구했지만 부지급 통보를 받은 암환자들의 민원이 폭발했다.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암보험 관련 분쟁만 700여건, 이 가운데 절반이 암보험 입원비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다. 이처럼 암보험금의 민원이 폭발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암보험 상품 약관에 명시된 '암에 대한 직접 치료'라는 문구의 해석 차이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암환자들이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보험사가 승소한 2008년과 2013년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해 ①암 수술 ②항암 치료 ③방사선 치료, 세 가지로 한정한다며 '레전드'처럼 안내해왔다.
2008년 대법원 판결에선 "압노바 및 헬릭소는 환자의 면역력 강화를 통한 대체 항암 요법으로 아직 항암 효능이 입증된 바는 없어 그 투여만으로는 '암 치료의 직접 목적'으로 보기 어렵고, 투여를 위해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면역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에게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해왔다. 금감원도 이와 같은 보험사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2014년 이전에 가입한 암환자들은 보험사들이 암 입원보험금 지급 요건을 보험약관에서 미묘하게 수정하며 보험금 지급을 더 제한하려고 했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거의 모든 생보사와 손보사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이라는 문구를 쓰다가 2014년 4월을 전후로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이라는 표현으로 약관을 변경했다.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2014년 4월 '직접목적 입원'이라는 표현을 '직접치료목적 입원'으로 바꾸면서 암입원 보험금에 대한 영역만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했다"면서 "약관의 해석이 신의 성실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많고,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땐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하는데도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2016년 대법원 "요양병원 치료도 '암의 치료를 직접적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 판결
다행인 것은 법원이 사후 치료나 합병증에 따른 수술과 치료도 암에 대한 치료라는 암환자들의 주장을 점차 받아들여 변화된 판결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특히 2016년 대법원은 보험사가 아닌 보험계약자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보험약관상의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아니어서 위 입원치료에 대한 보험금지급 의무가 없다는 원고의 본소 청구를 배척하고 망인이 요양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은 입원 기간도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동일한 내용의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하는 경우 그 기간 내에 종전의 항암화학요법 치료나 수술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면역력 등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입원이 항암화학요법 치료 등을 받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이 역시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금감원조차도 이같은 판결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았고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민원이 폭발하자 그제서야 뒤늦게 약관 개정에 나섰을 뿐이다. 소비자원이 금감원에 약관 개정을 권고한 지 2년 만이다. 금감원은 보험사, 보험개발원 등이 포함된 '암보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암에 대한 '직접 치료'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보험 상품은 80년대에 나왔다. 그 당시에는 요양병원이 거의 없어서 약관을 만들 때 이런 부분들을 감안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최근에는 요양병원도 생기고 의료 환경이 많이 변해서 분쟁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원 분쟁이 많으니 진작 고치지 않았느냐고 할 수는 있지만 고쳐서 소비자들이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손을 못 댄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가입한 소비자들에 불이익이 가지 않게 명확하게 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3분의 1이 암이고, 10명 중 4명이 암보험에 가입했을 정도로 암보험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현재 보통의 국민이 가입한 암보험 상품으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험사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갖고 있어야 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보험사와 금감원은 보험사가 승소한 2008년 2013년 대법원 판례만 가지고 전가의 보도처럼 모든 암환자들의 사례에 적용해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사과하고 제대로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