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결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까지 민주당의 '청풍'(靑風)이 거세게 몰아쳤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부산·경남(PK)은 물론 경기와 강원의 접경지역까지 파란 깃발을 꼽으며 정치 지형을 새로 쓰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치러진 226곳의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 중 민주당은 149곳에서 앞서며 65.9%의 승률을 기록했다.
민주당은 그간 여당의 무덤으로 여겨진 지방선거에서 1998년 선거 이후 20년 만에 여당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물론, 2006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거뒀던 대승(광역 12곳·기초 155곳)에 버금가는 기록적 완승을 거두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국당의 안방으로 분류되는 PK에서의 대약진이다.
부산의 경우 강서구청장 1명에 불과하던 기초단체장이 이번 선거에서는 13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경남에서도 거제시장과 산청군수 등 2명에 불과했던 기초단체장이 6명으로 증가했다.
대구·경북(TK)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 한 명의 민주당 후보도 승리하지 못해 재앙과도 같은 곳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북에서는 구미 외에도 칠곡과 영덕에서 4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더 이상 민주당이 넘볼 수 없는 지역이 아님을 입증했다.
안동에서는 현역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국당 표가 분산되기는 했지만 민주당 이삼걸 후보가 한국당 권기창 후보를 꺾음은 물론 매우 근소한 격차로 1위에 뒤진 2위를 기록했다.
대구의 지각변동도 주목할 만하다.
승리한 기초지역은 없지만 북구와 수성구, 달서구에서 모두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 가능권 진입에 성공했다.
동구에서도 서재헌 후보가 한국당 배기철 후보와 3%p대 격차의 박빙 승부를 펼침으로써 더 이상 TK가 한국당에 있어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님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또 다른 영남, 울산에서도 5개 기초단체장 선거를 모두 승리했다.
이같은 민심의 변화는 보수정권 아래서도 경제 등 지역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경남도민들의 강렬한 열망이 만든 결과"라며 "경남의 경제가 너무 절박해 이제는 경제를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경기 북부 등 안보에 민감해 그간 보수정당 후보들을 주로 지지했던 지역들의 민심도 민주당으로 돌아섰다.
파주, 포천, 이천, 여주, 광주 등 보수색이 짙은 지역들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눈 앞에 둔 데에는 남북관계 훈풍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4·27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12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접경지역에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울 25곳 중 24곳에서, 경기 31곳 중 29곳에서, 인천 10곳 중 9곳에서 이김으로써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다만 민주당의 뿌리로 평가되는 호남에서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광주에서는 구청장 5곳, 전북에서는 시장·군수 10곳에서 승리를 거둬 현 상태를 유지했지만 전남은 13곳에서 승리해 오히려 3개 지역을 민주평화당과 무소속 등에 내주게 됐다.
호남에서의 적자 경쟁을 펼치는 평화당이 전북 2곳, 전남 4곳 등 모두 6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무소속 당선자가 7명이나 됐다.
기존에 무소속이 강세인 지역에는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내세웠어야 했지만 높은 당 지지율에 취한 나머지 공천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적절한 후보를 배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