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미 3국 정상회담과 별도로 오는 9월 한국과 북한, 러시아 정상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머리를 맞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면서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달라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년 개최하는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의 극동 경제정책을 총망라하는 회의로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도 참석해 가스·전력·철도 분야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비핵화를 담보로 경제개혁으로 방향을 튼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제재로 중단된 나진-하산 복합물류사업이 재개될 경우, 향후 미국의 독자 경제제재 해제와 별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커보인다.
또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두 차례 만난데 이어 러시아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정치적 효과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러시아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최근 언급한 점도 동방경제포럼에 북한을 참여시키려는 러시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연내 북러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오는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열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초기 조치인 '종선선언'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약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7월27일 이전에 종전선언이 도출되면 본격적인 비핵화 이행단계에 돌입하는 만큼,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여해 러시아는 물론 한국과도 향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달 러시아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이 9월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요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과의 남북러 3국 정상회담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방식과 시기,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등에 대한 담판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물을 이뤄내면 이후 비핵화 이행 단계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상을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김 위원장에게 건네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북 공동번영 밑그림을 설명했다.
남북이 상호신뢰와 호혜성에 기반한 경제 협력을 증진시켜 남북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확보하자는 구상인데, 3대 경제벨트의 한 축인 환동해 경제벨트는 부산에서 북한의 원산과 함흥, 나진 그리고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 자원 개발 프로젝트다.
지난해 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극동 개발정책과 한국의 신북방정책, 그리고 북한의 교두보 역할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교환했던 만큼, 비핵화 이행 진전 속도가 빨라지면 올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북러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