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가능성 확 커진 남북미 종전선언…그 의미는?

"평화협정 촉매제 역할…단순 정치적 합의 이상 의미 지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하고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무려 65년 묵은 한국전쟁의 정전상태가 해소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이 종전선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한반도가 정전상태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상징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은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로 법적 구속력이 없고 자칫 평화협정까지 이어지지 않을 경우 유사시 군사옵션을 제약하는가 하면 북한으로부터 유엔사령부 해체, 미군 철수 등의 요구가 뒤따를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평화협정 체결과 별개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법적으로 종전하려면 평화협정이 발효돼야 한다"며 "종전선언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말로만 하는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법에서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단계가 아니다. 1842년 난징조약, 1919년 베르사유조약, 1973년 파리평화협정 등 대표적인 평화협정 사례에서도 종전에 관한 내용이 평화협정 조항에 포함됐을지언정 별도로 종전선언이 이뤄진 적은 없다.

다만, 한반도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뒤 65년의 세월이 흐른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전협정은 일반적으로 몇십 년이 아닌 며칠, 몇 주 동안 적대 행위가 중단된 뒤 평화협정 혹은 전쟁 재개로 이어지는 것을 가정해 체결되며, 수십 년간 정전상태로 있는 것은 남북이 유일하다.

상당수의 전문가는 종전선언이 꼭 필요한 절차는 아니지만,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오랜 분단으로 쌓인 불신을 걷어내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촉매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평화협정 전 단계인 잠정협정이면서, 길게는 10∼15년이 걸릴 비핵화 착수부터 완료까지 북한에 대한 과도기 체제 안전 보장 성격이라는 두 가지 차원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비핵화 진전을 이루기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1979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에 앞서 1978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낸 '캠프데이비드 합의'(Camp David Accords) 사례를 제시했다.

이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현재 논의되는 종전선언과 같은 형식인데,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에 대한 틀을 제시하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종전선언에도 군사분계선이 국경선으로 전환될지, 비무장지대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북방한계선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등에 관한 원칙, 로드맵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도 불구하고 평화협정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유엔사령부 같은 조직은 한국전쟁 때문에 만들어진 조직인 만큼,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종전선언을 근거로 해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은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는 정전협정이 법적으로 유효하며, 종전선언에도 이런 내용을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지금까지 전개된 것"이라며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종전선언 가능성은 95%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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