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개고기 시장으로 손꼽혀 온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마지막으로 남은 개 도축시설인 A 축산 앞에 동물보호단체 다솜과 카라 등 소속 회원 30여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 현수막과 피켓들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들이 갇혀 있는 A 축산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봤다. 참가자 중 배가 많이 부른 임신부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1시간 30분 동안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한 뒤 오후 3시까지 피켓 시위를 벌이고 돌아갔다. 일부 회원은 중간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에 앞서 이들은 개들을 학대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A 축산을 성남중원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다솜 김준원 대표는 "법을 우습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A 축산은 반드시 규탄해야 될 곳"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협력해서 모란시장을 바꾸고 있는데 A 축산만 저렇게 잔인한 행동을 계속해서 한다는 것은 돈 밖에 모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간판에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화번호가 3개나 적혀 있었지만, 기자가 직접 걸어보니 모두 없는 번호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은 A 축산이 매일 영업을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심지어 21곳이 성남시의 압박에 업종을 전환하면서 A 축산만이 홀로 남아 독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남시 중원구도 A 축산이 개 도축을 독점하면서 상당한 돈을 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22곳의 도축소에서 거래된 식용견은 한 해 평균 8만 마리에 달했다.
오히려 일반 음식점, 육류 도·소매업소, 건강원 등으로 업종을 전환한 21곳은 손님을 보기 힘들 정도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지상파 유명 맛집 프로에 나온 음식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업주 B 씨는 "A 축산에서 나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날리면서 손님들이 왔다가도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매달 적자가 이어져 업종 전환을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A 축산은 강제 철거를 비웃듯 곧바로 인근 업소로부터 도축시설들을 빌려 영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에는 철거된 물건들 또한 돌려 받았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소유주가 요청하면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축산은 지난달 17일 성남시 중원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기각됐지만 지난달 23일 항고한 상태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도축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원구 관계자는 "A 축산이 보상을 요구해 액수를 물어봤지만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업종을 전환한 21개 업소와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A 축산에게만 보상을 해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전에 A 축산이 업종을 전환할 때까지 계속 행정대집행을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원구는 지난달 29일 A 축산에게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고 오는 5일 오전 10시쯤 철거 전문 용영업체를 동원해 2차 행정대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성남시 측에서는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행정대집행 외에는 아직까지 막을 방법이 없어 A 축산의 영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