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회담 연기에 관한 민감한 질문한 우리측 기자를 향해 소속을 묻다가 해당 언론사 사장을 거론하고 평한 것이다.
북측에 아직 고위급회담 연기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는 표시임과 동시에, 평소 우리측 언론 매체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장면이었다.
이 화제의 장면은 이날 오전 9시30분 리 단장과 북측 대표들이 회담 장소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통일부에서 선발된 풀기자들이 사전에 논의해 리 단장에게 물어볼 질문을 정했고, 풀기자들 중 jtbc기자가 대표로 리 단장에게 근접해 기자들이 합의한 질문을 시작했다.
이 기자는 "엄중한 사태로 인해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었는데 그 엄중한 사태는 해결이 됐다고 보느냐"고 대표로 질문했다.
북한이 지난 5월16일 예정됐던 고위급회담을 한미공군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던 점을 되짚는 공동취재단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이에 2, 3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리 단장이 "기자 선생들이 질문하는 거는 여러 각도에서 할 수 있지. 그런데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질문도 달려져야 하지 않겠냐"며 작정한 듯 말을 시작했다.
리 단장은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된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다 물어보면 되느냐"며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남 수뇌 상봉(정상회담)도 열리고 판문점 선언도 채택된 이 마당에 또 이 분위기에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뭔가 불신을 조장시키고 또 그런데서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지 않는다"며 "어디 소속이냐"고 해당 기자에게 물었다.
해당 기자가 jtbc라고 소속을 밝히자 리 단장은 "jtbc는 손석희 선생이랑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리 단장은 회담 전망에 대해서 "아주 잘될게 분명하지. 기자 선생들은 잘 안되길 바라느냐"며 까칠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통일각에서 진행되는 북미 실무회담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저하고 상관 없는 일이다"고 단답했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관련 준비는 "그건 저기 싱가폴에 날아가서 질문하소. 여긴 판문점이다"고 면박을 주며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리 단장은 이날 오전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도 고사를 이용해 "자그마한 나무 둥걸이 큰 수레를 뒤집어 엎는다"며 "큰 수레가 뒤집어 엎어지지 않았지만 전진을 가로막는 나무 둥걸이 있었다"고 말해 한미연합공군훈련 등에 대해 남측에 항의하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