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훼손한 의혹이 뚜렷한 문건들에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이 눈에 띈다.
이 문건은 2015년 4월 12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로 작성됐다.
같은해 4월 9일 발생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다른 관심사건 처리에 청와대 측 입장을 최대한 경청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청와대 관심사건으로는 'VIP의 세월호 합동분양소 조문 장면이 연출됐다는 보도에 대하여 정정보도를 명한 판결'을 지목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은 2014년 5월 12일 CBS노컷뉴스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 2014년 6월 24일자에는 '손교명 변호사 (CBS 노컷) - 새누리당 법률지원단 소속'이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손 변호사는 해당 소송 1‧2‧3심에서 대통령 비서실 대리인이었다.
따라서 청와대가 CBS노컷뉴스와의 소송에 관심을 가졌고, 법원행정처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한 상황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후 소송은 2015년 4월 2일 청와대가 1심에서 일부 승소했고, 이 판결은 2016년 8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양승태 대법원은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원세훈 댓글공작 △KTX 여승무원 △전교조 시국선언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등 사건을 청와대와의 거래 대상으로 삼았던 정황이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대법원장으로 재임했을 때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