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법부 '민낯' 그대로 공개…최종 결정 기다려달라"

"법원행정처 인적·물적 분리 등 재발 방지 대책도 준비"
법관독립위원회 설치·윤리감사관 외부 개방 등 추진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사법 불신'을 초래한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이 자행된 시기에 법원에 몸담은 한 명의 법관으로서 참회하고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후속 조치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국민 담화문 발표는 지난 25일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후속 조치 등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동요하는 법원 구성원들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 실시를 결단한 것은 지난 사법부의 과오와 치부를 숨김없이 스스로 밝혀냄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조사결과를 사법부가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자기 잘못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없는 반성은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특별조사단은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조사를 진행한 후, 모든 것을 감수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우선 "조사 수단이나 권한 등의 제약으로 그 조사결과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고, 모든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자 한다"고 거듭 밝혔다.

특별조사단 결과에 대해 '모든 것은 열려 있다'며 법원 내외부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셈이다.

대신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법원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행정처에 상시 근무하는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조속히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법관들이 인사권자나 사법행정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수평적 합의제 의사결정 구조로 바꾸는 방안도 포함됐다.

김 대법원장은 또 "법관독립을 침해하는 시도에 대응하는 '법관독립위원회(가칭)' 설치와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윤리기준 구체화를 즉각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진실규명 의지를 믿고 장기간의 조사과정을 인내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또한 처음에 진상조사를 결정할 수 있는 용기를 모아 주셨고, 지금 비통한 심정 속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법원 구성원들께도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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