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와 협상전략을 모색한 문건이 공개된 이후 일선 법원에서는 "덮고 넘어갈 수준은 지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운을 뗀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일단 판사들의 사기가 떨어졌고, 수사 필요성을 생각하는 판사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법원행정처의 사찰 피해자이기도 한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41·사법연수원 35기)은 대법원이 나서지 않겠다면 개인 자격으로 형사고발을 하겠다며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대법원 차원에서 양 전 원장을 형사고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기류 역시 강하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판사 자신이 선고할 사건을 직접 수사의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앞서 조사단은 "수사기관에 유죄심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직접 수사의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비친 바 있다.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가 누굴 고발하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으로선 검찰에서 수사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관련 문건 등 자료를 넘겨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일종의 '차선책'으로 제기된다. 조사단에선 이미 전국법관대표회의 참석 판사들에게 문건을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사를 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법부의 권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검찰은 일단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제 수사 착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실제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 전 원장 등이 받는 직권남용 혐의가 형사처벌 구성요건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직권남용의 경우 미수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실제 어떤 불이익이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하는데,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앞서 조사단은 자체 조사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판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은 받지 않았다고 결론 내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검찰 최고위 관계자는 "법원 직무와 관련된 것이므로 일단 법원 내부 해결이 우선이다. 만약 대법원장이 고발을 하게 되면 1심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일단 공을 법원으로 돌렸다.
이번 '사법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현재까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10여 곳에서 양 전 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최기상 의장(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역시 전날 반헌법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엄정한 조처를 촉구했다.
검찰은 이미 일부 고발인 조사를 마쳤으며, 조사단의 3차 조사 결과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혐의입증까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부를 상대하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