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스 선더' 이어 '을지프리덤가디언' 겨냥한 북한
북한 노동신문은 29일 '대화 분위기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겨냥했다.
신문은 "교전쌍방이 협상을 선포하면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우리 공화국에 선제공격을 가하고 민족의 머리 위에 핵참화를 씌우기 위해 핵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며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으면 모든 것이 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5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이 "남한 당국이 미국과 함께 남한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북한의 한미연합군사훈련 비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매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명의의 성명·담화 형식을 빌려 '핵전쟁을 유발하는 망동'이라는 식의 비난을 쏟아내 왔다.
그런데 지난 3월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월 진행된 키리졸브(KR) 독수리 훈련(FE)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조용히 넘어갔다.
훈련 기간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축소됐고, 전략자산 동원을 최소화하는 등 로우키(low-key) 기조로 훈련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맥스 선더(Max Thunder) 훈련에 대해선 미국의 B-52폭격기와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22랩터를 직접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UFG 연습도 마찬가지다. UFG는 주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지난해 연습 마지막 날이었던 8월 31일에 미국의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출격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침략자들에 대한 치솟는 분노의 폭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핵전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라고 비난했다.
◇ 미군 전략자산 전개에 실제로 '안보 위협' 느끼는 북한…한미연합훈련 수준 조정될까
이번 UFG를 겨냥한 논평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발이라고 분석한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때문에 북한의 정유제품 공급량이 90%가량 차단됐다"며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할 여력 자체가 없는 상태이므로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한미 양국이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확실한 약속 없이 전략자산을 전개해 나가는 행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동대 김준형 교수는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는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미국의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북한의 반응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훈련의 전면 중단을 요청한다기보다는 대화 분위기 속에서 규모나 기간 등이 조정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무성이나 국무위원회 차원의 성명이 아닌 언론매체의 논평에 불과하므로 북한이 수위를 조정한 것이며 실제 북미정상회담장에서 공식 의제가 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따라서 반복되는 북한의 예민한 반응을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의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훈련 기조를 크게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이 국방부 공식 입장이다.
29일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방어적으로 해왔던 연례적인 훈련이어서 현재까지는 특별한 변동 없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