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 "다음 기회에 만나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을 하고 두 정상이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이 채 안 된 2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격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북측에 통보하면서 한반도와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서한을 통해 북측에 "슬프게도 북한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해 보자면 저는 이 시점에서는 오랫동안 계획됐던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를 위해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이 편지를 통해 갈음하겠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던 만큼 우리 정부도 충격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은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바로 참모들을 관저로 불러 긴급회의를 했다.
당시 청와대의 상황 인식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았다. 이튿날인 25일 낮,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예상과 달랐던 北 반응…그때부터 시작된 반전
그러나 이튿날 나온 북한의 성명은 상당히 수위가 낮았다. 25일 이른 아침,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 방식'이라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적기도 했다.
북한이 이렇게 한 수 접자 미국도 바로 호응했다. 25일 밤, 바로 하루 전날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계관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을 받았다.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이것이 우리를 어떤 상황으로 이끌고 갈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무산됐다고 여겨졌던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만에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 그리고 이어진 文-金의 '번개' 정상회담
김 위원장이 먼저 격의없이 만나자는 의사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전달했고, 김 부장이 이를 서훈 국정원장에게 전달, 관련 장관 등의 회의를 거쳐 최종 문 대통령에게 전달된 뒤 만남이 성사됐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동이 벌어지면서 잠시 당황했던 청와대는 48시간이 안돼 다시 회담의 불씨를 완전히 살려 놓았다. 문 대통령은 하루 뒤인 27일에는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 두 정상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회담도 잘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에 호응했다. 남북 2차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후인 27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재개가 논의되고 있지만 시간 부족과 계획 불충분으로 6월 12일에 열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한 언론 보도를 직접 인용하면서 "이는 틀렸다(오보다)”고 밝혔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쟁과 평화에 관한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쓰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없고, 더구나 굉장히 압축된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저희 정부는 북미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믿고 있고, 그 회담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