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 대통령 예견한 '디테일의 악마'가 깨트린 북미 정상회담

(사진=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달 12일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꼽았던 '디테일의 악마'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북미 정상 간 큰 틀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배경을 살펴보면 디테일 속에 숨어 있는 악마의 역할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북한이 볼 때 미국 측 악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미국 쪽에서는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다.

이들 모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틀 속에서 디테일한 문제들의 해법을 두고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회담에 앞서 기선 잡기와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전략 때문이다. 이 과정에 디테일한 문제를 조율해야 하는 관료들의 역할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들이다. 이들은 핵 폐기를 먼저하고 후에 보상을 한다는 것과 여의치 않을 경우 리비아식 모델처럼 끝날 수도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차례로 나와 미국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들 디테일의 악역을 맡은 관료들이 벌인 험악한 '말 전쟁'은 결국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우려했던 '디테일의 악마'가 가져온 결과인 셈이다. 이제 난관에 봉착한 북미 정상회담의 재개를 위해서는 디테일의 천사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펜스와 볼턴 대신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김계관과 최선희 라인의 외무성보다는 통일전선부의 김영철 부장 등 새로운 정보라인을 협상 테이블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공'은 24일 트럼프의 정상회담 최소 서한으로 인해 북한으로 넘어갔지만, 북한이 25일 곧바로 발표한 김계관의 위임 성명으로 인해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험난한 여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 중이다. 양쪽 모두 판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이 예견했던 대로 '디테일의 악마'를 경계하고 넘어서는 것만이 취소된 북미 정상회담의 재개는 물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지름길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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