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서 잇따른 '중장년층 고독사'

전문가들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 필요성 제기"

최근 실직과 이혼, 질병 등으로 사회에서 고립된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자체 차원에서 보다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0분 거리 주공아파트에서 연이어 '고독사' 발생

강원 강릉시의 한 주공아파트에서 숨져 누워 있는 김모(58) 씨가 발견된 것은 지난 21일. 사흘 전에는 같은 주공아파트에서 정모(49)씨가 책상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김씨는 전동휠체어 판매직원 홍모(42)씨가 김씨와 연락이 계속 닿지 않자 집을 방문했다가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17일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홍 씨의 말을 토대로 발견되기 4일 전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현금 6만 원이 들어 있는 지갑과 휴대전화. 우편함에는 체납된 돈을 지불하라는 통보서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5~6년 전에 간암수술을 받았다는 김씨는 줄곧 직장도 없이 홀로 삶을 꾸려왔다고 한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관리 대상자였지만 관활 동사무소 직원들조차 김씨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지난 21일 강원 강릉시의 한 주공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58)씨 집앞에 김씨의 연락을 기다리는 쪽지가 붙어있다.
김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17일,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옆 주공 아파트에서 정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달 넘게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정씨의 누나가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정 씨는 6년 전부터 '버거씨병'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은 혈관폐쇄로 인해 팔다리 등이 괴사상태에 빠지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절단에 이를 수 있다.

버거씨병에는 흡연이 가장 치명적인데 정씨가 발견된 당시 집에는 담배꽁초를 비롯해 소주병 20개 정도가 발견됐다고 한다.

변변한 직장이 없고 혼자 살던 정씨는 유서도 남기지 않고 병세 악화로 집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정 씨가 살던 아파트의 경비원들은 그를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었다. 한 경비원은 "일도 안 하고 몸이 아프다보니 자주 나오지 않아서 얼굴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원은 "술을 마시면 '엄마, 엄마'를 외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했다.

◇ 더 이상 고독사 되풀이 돼서는 안 돼..."제일 중요한 건 관심"

한 달에 두 건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반복되는 중·장년층의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강릉시는 복지정책과에서 '찾아가는 복지전담팀'을 구성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발굴하고 있지만 초점은 다(多)인 가구에 맞춰져 있다.

독거노인은 경로복지과에서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취약한 중·장년층 1인 가구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상북도 구미시는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의 대상범위를 넓히겠다고 최근 밝혔다.

우체국 집배원, 가스·수도 검침원 등 민·관이 협력해 고립 가구의 안전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구미시는 올해 예산을 확대해 경제활동이 어려운 중·장년층 고립가구를 도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송인주 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위원은 "고독사 예방사업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을 높여 실제로 필요한 이들에게 혜택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며 "소일거리라도 일자리를 제공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중·장년층들이 관계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사회구조망이 잘 돼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때 지원해주는 지원책이 부족하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중·장년층 1인 가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해야 다양한 주체가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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